`하늘도 중국이 지배`..대한항공, 화물수송 1위 뺏겼다
by안재만 기자
2011.06.21 10:01:10
(종합)대한항공, 15.3% 성장 불구 1위 내줘
"중국시장 호황으로 일감 몰린 탓"
[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국적기 조종사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한 차례 국내 항공업계를 바짝 긴장시켰던 중국 항공사들의 기세가 무섭다.
21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2010년 세계 항공수송통계`에 따르면 홍콩의 캐세이퍼시픽항공은 대한항공을 제치고 국제항공화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6년간 선두 자리를 고수하던 대한항공(003490)은 2위로 내려앉았다. 대한항공 역시 작년 수송량은 역대 최고였지만, 중국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덕에 캐세이퍼시픽항공이 어렵지 않게 1위로 올라섰다.
대한항공은 작년 한해 총 94억8700만톤킬로미터(FTK)의 화물을 수송했다. 톤킬로미터란 각 항공편당 수송 톤수에 비행거리를 곱한 값의 합계다.
캐세이퍼시픽항공은 대한항공보다 1억톤킬로미터가 많은 95억8700만톤킬로미터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
캐세이퍼시픽항공의 1위 등극은 대한항공의 부진 때문이 아니었다. 대한항공 수송량 또한 전년대비 15.3% 늘어난 것.
실제 작년은 항공업계 최대 호황이었다. 대한항공은 작년 처음으로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1조 클럽`에도 가입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작년 국제항공화물수송 실적은 절대 나쁘지 않다"면서 "최대 실적을 올렸음에도 홍콩계 캐세이퍼시픽이 중국시장 호황으로 화물 수송량이 급속히 늘면서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세이퍼시픽의 2009년 화물 수송량은 77억2200만톤킬로미터였다. 캐세이퍼시픽은 1년만에 24.15%나 성장했다. 특히 작년 연말에 일감이 대거 몰리면서 대한항공을 근소한 차로 제쳤다.
그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던 대한항공이지만 다시 캐세이퍼시픽항공에게서 1위 자리를 빼앗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당분간 중국으로의 화물 수송량이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최근 중국 정부의 자국기 지원 정책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
중국 정부는 베이징공항 허브 전략과 자국기 육성책, 차세대 여객기 C919 개발 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김포~베이징노선 신규 개설에 민감하게 반응했을 정도로 자국 우대정책을 펴는 상황. 일각에선 최근 해병대의 아시아나 여객기 오인 사격을 대서 특필한 것도 자국기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앞으로 양적 1위 경쟁보다는 고객과 동반 성장을 추구하는 내실 있는 질적 성장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제성장 덕에 동북아 항공시장 또한 가파르게 성장 중"이라며 "국적기들은 중국 항공사들의 조종사 빼가기, 저가 공세 등을 이겨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