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로 美 `대표`도 바뀐다..GM·씨티, 다우지수 탈락
by김윤경 기자
2009.06.02 09:32:38
GM·씨티, 위기로 대표 타이틀 박탈
다우지수서 탈락..시스코·트래블러스 편입
영향은 제한적일 듯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으며 미국 대표 기업들의 세(勢)도 크게 기울었다. 공룡 기업이 더 큰 위기에 더 크게 몰리며 나라 곳간을 축내는가 하면, 파산보호 신청을 하기에 이르고 있다.
미국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자 미국의 자존심이었던 제너럴모터스(GM)는 1일(현지시간) 파산보호를 신청함과 동시에 뉴욕 증시 대표 지수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역시 한 때는 월가의 대표 기업이었던 씨티그룹도 다우존스 지수에서 빠졌다.
지난해 9월18일 대대적인 공적자금이 투입된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이 다우 지수에서 빠지고 이 자리를 크래프트 푸즈가 대체한 데 이어 9개월만이다.
통상 다우 지수 편입 기업의 변경은 몇 년에 한 번 꼴이었지만, 위기가 번지는 가운데 간격이 수 개월로 좁혀 진 것이다.
지난 1896년 만들어진 113년 역사의 다우 지수는 당초 12개 기업 주가를 평균내 산출됐으며 1916년 편입 기업이 20개로, 1928년엔 현재의 30개로 늘었다.
GM은 1915년 3월~1916년 10월 다우 지수에 편입됐다. 당시 U.S. 러버의 자리를 대체했었다. 이후 지수에서 빠졌다가 1925년 재편입됐다.
2004년 이후 이익을 내보지 못한 GM은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기업이란 수치스런 기록도 남겼다. GM의 주가는 지난 달 29일 1달러 밑으로 내려가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기준도 채우지 못하게 됐다.
다우존스의 로버트 톰슨 편집장은 "지수 탈락이 불가피했다"며 "GM과 씨티는 대대적인 정부 소유 지분 때문에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소유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키로 하면서 정부가 34%의 지분을 갖게 된 씨티 주가는 1월 중순 이후 5달러를 밑돌고 있으며, 3월엔 1달러를 하회해 `동전 가격`이 되기도 했다. 땅에 떨어진 美대표기업 주가..`1弗대` 헐값
톰슨 편집장은 다만 씨티의 사정이 나아진다면 지수에 재진입할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씨티는 지난 1997년 지수에 편입됐었다.
GM과 씨티의 자리는 네트워킹 장비 업체 시스코 시스템즈와 7년 전 씨티에서 분사한 보험사 트래블러스가 오는 8일부터 메울 예정이다.
시스코의 진입은 그동안 블루칩 기업들을 대표한다는 다우 지수에 변변한 정보기술(IT) 업체가 없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트래블러스의 편입도 씨티 등 큰 금융사들이 빠진 자리를 대체할 만한 금융 서비스 기업이란 의미가 있다.
BNY 컨버지Ex 그룹의 니콜라스 콜라스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이들 두 기업은 적절한 기업들"이라고 언급했다.
구글이나 골드만삭스의 편입도 얘기돼 왔지만 다우지수가 가격가중 지수(Price-weighted index)로 산정된다는 점 때문에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구글 주가는 이날 426.56달러를, 골드만삭스는 144.33달러를 기록했다. 시스코의 이날 주가는 전 거래일대비 6.1% 오른13.63달러, 트래블러스는 3.8% 상승한 42.22달러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지수 편입 기업 변동은 9개월 전 AIG 때에 비해 영향이 적을 것으로 봤다. GM과 씨티의 지수 가격가중이 0.5% 미만인데다, 다우 지수의 영향력 자체가 전보다 덜하기 때문이다.
다우 지수를 토대로 활발히 거래되는 자금은 330억달러 가량으로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의 9000억달러와 비교해 현저히 적다.
크리스티아나 뱅크 & 트러스트 포트폴리오 매니저 토마스 나이하임은 "주가 움직임을 볼 때 모두가 뉴욕 증시를 거론할 때 S&P500 지수를 거론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해엔 AIG를 포함,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와 셰브론이 지수에서 탈락했고, 이 자리를 각각 크래프트 푸즈와 알트리아 그룹, 하니웰 인터내셔널이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