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펀드로 시작된 협력 어디까지?

by지영한 기자
2007.09.17 10:43:53

반도체 미래 최대수요처는 자동차
삼성전자-현대차 협력여지 많아

[이데일리 지영한기자] 현대차와 삼성증권이 손잡고 '삼성H-Auto펀드'를 내놓자 재계 1,2위 그룹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재계에서는 차세대 반도체시장으로 '자동차 산업'이 관심을 끌고 있는 상황에 주목,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를 중심으로 한 양 그룹의 협력관계가 긴밀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과 삼성투신운용은 지난 3일 현대차와 공동마케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곧바로 '삼성H-Auto펀드' 판매에 돌입했다.

연말까지 펀드에 가입하는 고객들이 내년 상반기까지 현대차를 구매할 경우 최대 30만원까지 할인혜택을 부여한다. 펀드 가입고객에게 자동차 구매시 할인혜택을 주는 상품은 증권업계에선 처음이다.

▲ 베를린 ""IFA2007"" 행사장을 둘러보는 이재용 전무(왼쪽).

자동차업계와 증권업계에서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현대차가 현대증권 대신 삼성증권과 손을 잡은 점이다. 삼성증권쪽에서 보면 르노삼성차 대신현대차와 공동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와 현대증권은 지금은 계열 관계가 아니지만, 옛 현대그룹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이다.
 
르노삼성 역시 삼성그룹의 계열사는 아니지만 삼성이 르로삼성의 지분을 19.9% 가진 2대 주주란 점과 르노삼성이 ‘삼성’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양사의 협력은 비즈니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밝혔다. 즉, 국내 내수시장에서 현대차의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고려할 때 삼성증권과 삼성투신운용으로선 자연스레 현대차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차의 지난 8월 내수시장 점유율은 51.80%를 기록하며 6개월째 50%대의 점유율을 이어갔다. 르노삼성은 GM대우를 2개월째 앞서며 기아차에 이어 내수시장 3위를 차지했지만 점유율은 10.18%로 현대차에는 크게 못 미쳤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재계 1, 2위를 다투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으로선 노력여하에 따라 상호 협력할 분야가 많을 것"이라며 "이번에 '펀드'를 통한 양 그룹의 공동마케팅 역시 이 같은 협력 확대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 슬로바키아공장에서 씨드1호차 기념사를 하는 정의선 사장.
계에선 특히 자동차용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가 상호 협력할 여지가 많을 것으로 분석한다. 향후 반도체의 최대 수요처로 자동차 산업이 꼽히고 있지만 현재 국내 자동차용 반도체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역시 자동차용 반도체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자동차 네트워크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이나 계기판, 텔레매틱스 등의 자동차용 반도체 분야에선 상당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다양한 자동차용 반도체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의선 기아차 사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간 막역한 관계가 향후 두 그룹간 상호협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