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가상자산 규제 '시동'…"자기 거래소 거래 시 과태료 1억"
by이승현 기자
2021.06.06 13:49:15
가상자산 거래소에 의무위반 제재 계획 밝혀
투자자 보호 위해 신규상장·공시체계 등 제출 요구
정치권 "일반인도 시세조종 처벌해야"…당국, 부정적
FIU 신고 과정서 중소 거래소 대폭 정리될 수도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금융위원회가 가상자산(암호화폐) 관리·감독 기관으로 정식 지정되면서 규제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금융위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절차와 공시방법 등을 제시토록 하고 자기 거래소에서 거래 시 과태료 최대 1억원 등 제재도 추진하고 있다.
| 지난 4일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인 서울 빗썸 강남센터 시세 현황판에 비트코인 가격 그래프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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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3일 암호화폐 거래소들과의 간담회에서 거래소 임직원이 해당 거래소를 통해 암호화폐를 거래하면 1억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와 시정명령, 영업정지, 신고 말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를 인증받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20곳이 참여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8일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에서 암호화폐 사업자의 자전거래와 시세조종을 막기 위해 사업자와 임직원이 소속 거래소를 통해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겠다고 예고했다. 금융위는 기존 사업자 신고 마감일인 9월 24일 전까지 특정금융거래정보법 시행령 개정을 마쳐 향후 신고가 수리된 사업자에 이런 의무를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FIU는 이와 함께 암호화폐 사업자의 사업추진계획서에 반영할 권고 사항도 안내했다. 사업추진계획서는 암호화폐 사업자가 FIU 신고 때 내야 하는 필수 서류다.
권고 사항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공시체계와 함께 신규 암호화폐 상장 기준 및 과정 등을 담도록 했다.
현재 거래소는 자체 심의를 통해 상장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행법에는 암호화폐 상장과 관련된 규제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공시체계 역시 별다른 규정이 없다. 금융위는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거래소의 상장 기준과 공시체계 등을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다.
권고 사항에는 회사 개요나 연혁, 재무 및 임직원 현황 등 기본적인 사항 외에 자금세탁 방지체계와 거래자 보호방안 등이 담겼다. 거래소들은 이와 관련해 회사나 대주주·대표·임원 등의 불법행위 발생 여부와 소송 등 진행 상황, 해킹 발생 내역과 조치 내용 등을 제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암호화폐 관리감독을 위한 대응책 마련에도 나섰다. FIU는 최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코스콤 등과 첫 회의를 갖고 암호화폐 관리와 감독과 관련한 방향성을 논의했다. 앞으로 정식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세부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규제에 나서면서 암호화폐 시세조종 행위 처벌 내역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구체적 처벌대상을 두고선 정치권과 금융당국 간 온도 차가 있다.
현재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암호화폐 관련 법안은 시세조종 처벌대상으로 거래소는 물론 일반인까지 포함하고 있다. 법안에 공통적으로 ‘누구든지 시세조종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증권 또는 장내 파생상품에 대한 시세조종 금지 조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금융당국의 방향성은 다르다. 금융위는 특금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암호화폐 거래소 임직원의 시세조정 행위를 처벌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처벌 대상을 암호화폐 거래소와 임직원으로 한정한 것이다.
당국은 처벌 대상의 범위를 일반 투자자로 넓히면 암호화폐를 사실상 금융상품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정부는 ‘가상자산은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에 대한 시세조종 처벌은 사실상 어렵다는 점도 한 이유다. 박주영 금융위 금융혁신과장은 지난 3일 ‘건전한 암호화폐 생태계를 만드는 법’ 세미나에서 “시세조종 (처벌은) 본질적으로 쉽지 않은 영역이다. (가상자산이) 우리나라에서만이 아니라 전 세계 거래소에서 거래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여당에선 올 하반기 국회 통과를 목표로 이른바 ‘가상자산산업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법안논의 과정에서 시세조종 처벌 대상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조기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희망 업체에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철저한 검증도 예고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ISMS 인증과 은행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개설 확인 등 2가지 요건을 갖춰야 신고를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신고 과정을 통해 중소 거래소가 대폭 정리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은행 실명계좌를 갖추고 있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대 암호화폐 거래소도 은행과의 재계약 가능성을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왼쪽)이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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