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판매 라임펀드, 최대 70% 배상 결정

by김소연 기자
2020.12.31 10:01:00

손해미확정 펀드 사후정산방식 손해배상 적용
라임펀드 판매사 KB증권 분조위 첫 대상
"펀드가입 후 투자성향 변경·초고위험 상품 설명 안해"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KB증권이 판매한 라임펀드의 투자 손실에 대해 투자자들은 60~70%까지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날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고 KB증권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기본배상비율을 60%로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투자자별로 배상비율은 60%에서 최대 70%까지다.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던 173개 펀드의 환매연기로 개인투자자 4035명, 법인 581사에 달하는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지난 21일까지 분쟁조정 신청은 673건에 달했다.

최근 금감원은 환매연기 사태로 손해가 확정되지 않은 사모펀드에 대해 판매사가 사후정산 방식에 동의하면 추정손해액을 기준으로 신속하게 분쟁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동의를 표명한 KB증권에 대해 분조위를 열었다.

금융감독원. 사진=연합뉴스
원칙적으로 펀드는 환매나 청산으로 손해가 확정돼야 손해배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모펀드 환매연기 사태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손해 확정까지 기다릴 경우 다수 피해자 고통이 가중될 우려가 있어 사후정산 방식으로 손해배상을 추진했다. 추정 손해액(미상환액)을 기준으로 조정 결정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우선 배상하고 추가 회수액은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KB증권은 지난 2019년 1~3월 중 라임 AI스타 1.5Y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1∼3호를 판매했다. 규모는 580억원, 119계좌다. KB증권이 판매한 라임펀드 42건에 대한 분쟁 조정이 접수됐다.

분조위는 KB증권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투자자 성향을 확인하지 않고 펀드 가입이 결정된 후 공격 투자형으로 사실과 다르게 변경한 점이 문제가 됐다.



또 전액 손실을 초래한 총수익스와프(TRS, Total Return Swap)의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고, 초고위험 상품을 오히려 안전한 펀드라고 설명했다. TRS는 투자금의 일정배수를 차입해 운용규모를 확대하는 계약으로, 레버리지 비율만큼 손실률도 확대하는 상품이다.

KB증권은 TRS 제공사이자 펀드 판매사로 상품의 출시,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보호 노력을 소홀히 해 고액·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책임이 크다고 분조위는 판단했다. KB증권은 TRS한도가 모두 소진됐음에도 이 펀드에 대해서만 별도로 한도를 부여하고, TRS 레버리지 비율도 예외적으로 확대해 결국 전액 손실을 초래했다.

이에 따라 분조위는 영업점 판매직원의 적합성원칙,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기존 분쟁조정 사례와 동일하게 손해배상비율을 30% 적용했다. 여기에 더해 본점차원에서 투자자보호 소홀 책임, 초고위험성 상품 특성을 고려해 배상비율에 30%를 공통으로 가산했다. 투자자별로 판매사의 책임 가중 사유와 투자자의 자기책임사유를 가감 조정해 최종 배상비율은 60%에서 70%까지 정했다.

고령 투자자나 계약 서류가 부실한 경우는 배상비율을 높였고, 법인 투자자나 투자경험이 있는 경우 배상비율을 차감했다. 사건별로 보면 금융투자상품을 이해 못하는 60대 주부나 투자를 꺼리는 고령자에게 안전하다며 지속적으로 권유한 경우는 70% 배상을 받게 됐다.

현재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수사 및 재판결과에 따라 계약 취소 등으로 배상비율 등은 재조정이 가능하다. 이후 KB증권과 피해를 입은 투자자가 이번 분쟁조정안을 접수 후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된다. 이는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다.

분조위는 나머지 조정대상에 대해 분조위 배상기준에 따라 자율조정 등의 방식으로 처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