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소통시대… 인스타·유튜브 하는 오너들
by김무연 기자
2020.06.14 11:36:10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인스타그램으로 대중과 소통
함영준 오뚜기 회장, 딸 유튜브서 자사 제품 홍보
백종원 대표 요청으로 고구마·다시마 등 대량 매입도
소통하는 오너,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최적화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대기업 오너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공중파 방송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자신이 일상에서 즐겨 찾는 맛집, 관심 있는 주제를 공유하는가 하면 자사 제품을 유튜브에서 적극 홍보하기도 한다. 가급적 노출을 삼가며 베일에 싸인 생활을 하던 과거 재벌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오너들의 친근한 모습에 대중이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며 덩달아 기업의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오너의 모습이 정제되지 않은 채 그대로 공개되는 것은 적지 않은 위험성을 내포한다. 말 그대로 ‘양날의 검’인데, 소통과 공감의 중요성이 커진 현 세태에는 실보단 득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스타벅스 사은품 ‘서머레디백’ 사진.(사진=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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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6일 스타벅스의 사은품인 ‘서머레디백’ 사진을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친근한 모습 보기 좋다”, “유행을 선도한다” 등의 긍정적인 댓글이 달렸다. 해당 게시글의 ‘좋아요’는 14일 오전 11시 기준 1만3456개에 달한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신세계그룹 이마트와 스타벅스가 지분을 반반 보유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서울 중구 저동에 있는 ‘을지로보석’에서 식사를 한 후 매장 한 쪽 벽에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의 모습과 음식 사진도 촬영해 올렸다.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일상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자신이 만든 요리를 올리거나 즐겨 찾는 식당을 소개하기도 한다. 이마트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올려 홍보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정 부회장의 계정을 팔로우 한 사람은 30만 명이 넘는다. 대기업 오너 임과 동시에 SNS 스타인 셈이다.
정 부회장은 한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통화를 한 뒤 못난이 감자 30톤(t), 해남 왕고구마 300t을 매입해 이마트에서 판매하기도 했다.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돕는다는 취지에서다. 정 부회장의 결정은 이마트에 대한 호감도를 높였을 뿐 아니라 감자, 고구마 판매 실적도 전년 대비 급증하는 등 실적에도 도움을 줬다.
| 함연지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햄연지’의 어버어날 특별 영상에 출연한 함영준 오뚜기 회장.(사진=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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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준 오뚜기 회장도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함 회장 또한 지난 4일 백 대표로부터 소비 부진으로 2000t의 재고가 쌓인 완도산 다시마 구입을 요청 받았다. 함 회장은 다시마가 들어간 자사 제품인 ‘오동통면’을 예로 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실제로 지난 8일 다시마 2장을 넣은 한정판 오동통면을 출시했다.
앞서 함 회장은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인 장녀 함연지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에 출연하기도 했다. 어버이날 특집 영상에 모습을 비친 함 회장은 자사 제품 ‘진진짜라’에 얽힌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내는가 하면 딸에게 선물을 주는 소탈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대중의 호감을 샀다. 연지 씨와 함께 장애인에게 일감을 주고 자립 기반을 제공하는 굿윌스토어 장애인 재활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대기업 오너가 영상과 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것은 과거에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대중은 물론 정·재계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입장이라 의도치 않은 실수만으로도 구설수에 오르는 것은 물론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SNS의 보편화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면서 대중과 소통하는 오너의 이미지도 중요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유명인들이 SNS 상에 남긴 사용 후기 등을 활용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주변에 브랜드의 가치를 알리도록 유도해 필수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꼽힌다.
성열홍 홍익대 광고홍보대학원 원장은 “성공적인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위해선 인플루언서가 브랜드에 대한 애정, 신뢰 등 진실성을 보여야 하며 전문성 또한 갖추고 있어야 한다”라면서 “대기업 오너들이야말로 이에 적합한 인플루언서”라고 했다.
그는 또한 오너들이 소통 과정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성 원장은 “오너들이나 경영진이 진실 된 모습으로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공감했다면 소비자들이 해당 브랜드의 부족한 점도 용인해 주는 것이 요즘 추세”라면서 “충성도 높은 고객이 있었기에 여러 논란에도 큰 흔들림이 없었던 애플이 그 증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