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차명계좌로 수억원 광고수입 탈세한 유명 유튜버, 세무조사 '철퇴'

by이진철 기자
2020.05.24 12:00:00

국세청, 고소득 유튜버 구글 광고수입 탈세 세무조사
차명계좌, 송금액 쪼개기 이용 소득분산 등 중점 검증

구독자가 10만명에 이르는 유명 유튜버가 자녀 명의 차명계좌로 받은 해외 광고대가 신고를 누락해 세무조사를 받은 사례. 국세청 제공
[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시사·교양·정치 등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A씨는 1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A씨는 해외 플랫폼 사업자인 구글로부터 유튜브 운영관련 광고 대가를 받는 과정에서 자녀의 계좌를 구글에 등록해 상당액을 해당 계좌로 분산해 받는 방법으로 소득을 은닉하고, 자신의 계좌로 받은 대가에 대해서도 일부만 종합소득세 신고를 했다. 또한 자신의 유튜브에 다수의 게스트를 출연시킨 후 출연료를 지급하면서 원천징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세무당국은 A씨가 차명계좌로 수취한 유튜브 광고수입 누락분 등 수억원에 대해 소득세 등 수억원 추징했다.

B씨는 오랫동안 인터넷 방송을 진행해 온 유명 BJ(Broadcasting Jockey)로 아프리카TV, 유튜브 등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2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명인으로 유튜브 구독자 수는 17만명에 달한다. B씨는 시청자 충전(별풍선) 결제금액이나 구글 등으로부터 수취한 광고수입에 대해 신고를 하면서 1만달러 이하 소액의 해외광고 대가에 대해서는 소득세 신고를 하지 않았다. 또한 사업과 관계없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비용을 사업상 필요경비로 속여 소득을 탈루하고 유튜브 운영과 관련해 코디, 매니저 등에게 지급한 보수에 대해 원천징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세무당국은 B씨가 구글 등으로부터 소액으로 송금받은 유튜브 광고수입 누락분 등 수억원에 대해 소득세 등 수억원 추징했다.

국세청은 24일 차명계좌, 송금액 쪼개기 등의 탈루혐의가 있는 유명 유튜버 등 고소득 크리에이터의 해외 발생 소득에 대한 세무검증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1인 미디어 시장은 2018년 3조8700억원에서 올해 5조1700억원, 2023년 7조9000억원으로 급속한 성장이 예상된다. 어린이·육아, 게임, 먹방 등 제공되는 콘텐츠가 다양해지면서 1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해 고소득을 올리는 유튜버도 2015년 367명에서 올해 5월 현재 4379명으로 12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고소득 유튜버 중 일부가 구글 등 해외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고액의 광고대가를 받으면서 차명계좌를 동원하거나 소액으로 송금액을 쪼개어 받는 방법으로 소득을 분산·은닉해 탈세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이다.

국세청은 올해부터 건당 1000달러, 연간 인별 1만달러를 초과하는 외환거래자료 데이터베이스(DB)를 정밀 분석하고, 국가간 금융정보 교환자료 등 과세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차명계좌나 송금액 쪼개기를 통한 해외소득의 분산·은닉 등 지능적 조세회피를 시도하는 고소득 유튜버들을 중점 검증할 예정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1인 크리에이터들은 해외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받는 소득에 대해서도 성실히 신고해야 한다”면서 “검증 결과 누락된 소득이 확인되면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등 세법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20만 팔로워를 가진 SNS 유명인(Influencer)이 1만달러 이하 소액 송금 해외 광고대가 신고를 누락해 세무조사를 받은 사례. 국세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