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브리핑]트럼프, 弱달러 발언 뒤집다…다시 强달러로

by김정현 기자
2018.01.26 08:52:25

25일 역외 NDF 1065.4/1065.7원…7.60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유럽 경제계 인사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26일 원·달러 환율은 1060원 중반을 기준으로 등락할 전망이다. 전날 환율이 1050원대에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이날 다시 레벨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국제외환시장에 체급이 다른 선수 ‘트럼프’가 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간밤 ‘강한 달러화’를 선호한다는 발언을 했는데, 이 재료가 이날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며칠간 서울외환시장을 포함한 국제외환시장은 미국발(發) 이슈에 들썩이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한 것이 시작이었다. 미국 보호무역주의 이슈가 부상하면서 미국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그 직후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달러화 약세가 미국에 좋다”는 발언을 하며, 달러화 가치는 추가 하락했다.

원화를 포함해 유로화, 엔화 등 주요국 통화 가치는 ‘역대급’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므누신까지 약달러가 좋다는 데 거칠 게 있냐”는 반응이 나왔다.



게다가 최근의 유로화 강세를 우려하는 발언을 할 것 같았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비교적 온화한 발언을 내놓아, 달러화는 약세일로였다. 드라기 총재는 ECB 통화정책회의 이후 “유로존 경제가 견고하게 확장하고 있다”며 “경제에 기반한 환율 변동은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달러화 가치는 더 하락했고, 유로·달러 환율은 3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유로화 가치 상승). 유로·달러 환율은 드라기 총재의 발언 이후 유로당 1.2458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2014년 12월17일(유로당 1.2514달러·고가) 3년여 만에 최고치다. 주요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88.432포인트까지 내렸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이런 흐름을 단박에 돌려버린 존재가 등장해서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참석차 스위스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달러는 점점 더 강해질 것이고 궁극적으로 나는 강한 달러를 보길 원한다”고 말했다. 전날 므누신 재무장관의 ‘약(弱) 달러 용인’ 발언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깜짝 놀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달러화 가치는 다시 급등했다. 88포인트 선에서 움직이던 달러인덱스는 89포인트 중반대로 훌쩍 뛰었다. 이에 여타 주요국 통화들의 가치는 하락했다. 원화도 마찬가지였다.

뉴욕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065.55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0.65원)를 감안하면 전거래일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058.60원)와 비교해 7.60원 상승한(원화가치 하락) 것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