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정희 기자
2016.10.02 20:11:09
29일 오후 7시 계약해지 통보받고 30일 개장 후 공시
30일 공매도량 10만4000주로 사상 최대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0일부터 한미약품(128940)을 공시위반 및 불공정거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거래소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29일 오후 7시경 이메일을 통해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올무티닙에 대한 임상시험을 중단하겠단 내용을 통보받았는데도 그 다음 날인 30일 개장 후 오전 9시 반경에야 악재성 공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미약품은 29일 장 마감 후 오후 4시 30분경에 미국 제넨틱에 1조원대 항암제 기술수출 공시를 냈다. 그로 인해 30일 개장 전까지도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겠단 증권사 보고서가 나오는 등 상당한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30일 오전 9시반경 갑자기 베링거 인겔하임과 계약을 해지하겠단 공시가 나오면서 한미약품 주가는 장초반 5% 이상 오르다가 18% 가량 급락한 후 마감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베링거인겔하임쪽에서) 1조원 짜리 계약을 사전에 상의도 하지 않고 이메일로 파기하겠다고 통보한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계약 해지로 베링거인겔하임쪽이 손해보는 계약금만 해도 1000억원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 “29일 저녁 계약해지 공시를 하겠다고 생각했다면 거래소와 충분히 상의할 수 있는 시간인데도 그러지 않았다”며 “공시는 아침 7시부터 시작되는데 30일에도 8시 40분에서야 거래소로 계약 해지 공시를 해야 한다는 연락이 왔고 그 때도 공시를 바로 할 준비가 안 돼 개장 후에야 공시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한미약품이 악재성 정보를 제때 공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관련 내용이 공시되지 않았을 기간 동안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불공정거래가 일어났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조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베링거인겔하임측도 불공정거래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달 30일 한미약품에 대한 공매도량은 10만4327주로 상장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통상 불공정거래 혐의 등에 대한 조사는 2주~4주 가량 걸리는데 공매도 세력이 해외에 있을 경우 조사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미약품은 의도적으로 공시를 지연한 것은 아니란 입장이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지난달 29일 오후 7시6분에 이메일로 받았다”며 “절차에 따라 공시 승인을 밟느라 늦어진 것일 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이 지난해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이전한 폐암 신약 후보물질 올무티닙은 임상시험에서 치료 대안이 없는 내성폐암 환자의 절반에서 종양반응을 보였고, 치료환자 10명 중 9명에서 암을 억제하는 조절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3건의 중대한 피부이상반응이 발생해 환자 2명이 사망하는 부작용이 발생했고 베링거 인겔하임은 지난달 29일 한미약품에 올무티닙의 임상중단을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