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국]이세돌 스승 권갑용 8단 "가장 외롭겠지만..배수의 진 쳐야"

by오희나 기자
2016.03.12 14:23:54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이세돌 9단, 혼자 외로울 것이다. 하지만 배수의 진을 치는 각오로 해야 한다.”

권갑용 8단(국제바둑학교 교장)은 12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3국에서 기자와 만나 “이세돌 9단은 이날 배수의 진을 친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8단은 이세돌 9단의 어린 시절 바둑을 처음 가르친 스승이다.

이날 경기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간 사실상 승패를 가를수 있는 대국이다. 앞서 알파고가 이틀 연속 불계승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날 3국에서도 이긴다면 나머지 대국과 상관없이 승부를 결정짓게 된다.

권 8단은 “이번 경기를 하면서 이세돌 선수가 가장 괴로울 것이다. 벽을 치는 느낌일 것”이라며 “앞서 경기에서 이 선수가 경기를 마치고 바로 집으로 돌아가 별다른 대화는 나누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알파고의 실체가 반이상 드러났다. 알파고가 이창호 9단과같은 바둑을 두고 있다”며 “일단 후반에 가서 승부를 내려하면 안된다. 초반전 변칙수가 있었는데 이를 합리화하면서 경기에서 이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파고가 변칙수를 두면서 바둑을 짜고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2국에서 끝내기 찬스인 ‘패싸움’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었는데 이 선수가 넘어간 것을 두고 구글측과 비밀 계약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패싸움 (覇-)은 패가 났을 때 서로 양보하지 않기 위해 패를 쓰는 상황을 뜻하는 말로 기계인 알파고를 이길 비책으로 꼽히기도 했다.

권 8단은 “일부에서는 어쩌면 알파고(기계)의 핸디캡일수 있는 패싸움을 왜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며 “패싸움을 기계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을텐데 왜 안했는지는 미스터리다. 그런데 그것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대국에서 이 선수가 불공정한 게임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인간인 이 선수와 기계가 같은 조건으로 경기를 치르는게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권 8단은 “불공정한 것은 사실이다. 기계는 계산에 의해 두고 10시간 둬도 지치지 않고 화장실도 안간다”며 “이 선수는 경기를 하면서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시간에 따른 압박도 있다. 같은 조건으로 두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선수는 혼자 외롭게 두고 있지만 알파고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훈수를 받는다고 볼수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이번 대국으로 인해 바둑에 대한 인식이 바뀔수 있는 전환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권 8단은 “그동안 바둑을 신격화시키는 측면이 있었는데 바둑의 오만과 자만을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다”며 “바둑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