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in 증권가)"펀드 수익자총회 열어보니"
by김유정 기자
2008.12.16 09:56:44
신용일 도이치투신운용 사장 "투자자에 죄송"
"채권시장 유동성 해소시 채권펀드 투자기회 다시 올것"
[이데일리 김유정기자] "펀드 환매중단부터 수익자총회를 열기까지 한국시장에 진출한 이후 처음 있는 힘든 일들을 한꺼번에 겪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어려웠던 경험을 통해 펀드매니저의 능력 배양은 물론, 회사도 보다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신용일 도이치투신운용 사장은 기자와 만나 이같은 심정을 밝혔다. 지난 15일 `도이치코리아채권`과 `도이치더블드래곤주식혼합` 등 신성건설 회사채를 편입해 부실자산이 발생한 채권형펀드에 대한 수익자총회에서다.
신 사장에게 올 한해는 유난히 힘든 한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펀드운용에 어려움이 커진 가운데 회사가 운용중인 채권형펀드에서 문제가 발생해 환매연기에 이어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 대상으로 수익자 총회까지 열었기 때문이다.
신 사장은 2003년 4월 도이치투신운용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현재까지 도이치투신을 이끌어오고 있다. 지난 5월 국내 처음으로 실물상품인 와인에 투자하는 펀드의 공모형 출시를 주도할 정도로 와인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신 사장 부임 이후 지난 5년여간 나름대로 외국계인 도이치투신운용이 한국시장에 안착하는데 기여했다고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올해는 신 사장 본인은 물론 도이치투신운용이 한국시장에 진출한 이후 가장 큰 곤욕을 치렀다.
도이치투신운용은 일부 채권형펀드에 회사채로 편입된 신성건설이 회생절차를 신청함에 따라 펀드내에서 부실자산이 발생해 해당펀드들에 대해 환매를 중단했다.
신 사장은 "2002년 도이치투신이 한국시장에 진출한 이후 채권펀드 운용에 강점을 지녀왔다"며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번지면서 이번과 같이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한 점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도이치투신 뿐만 아니라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모두 전 세계 글로벌증시 침체이후 발생한 예기치 못한 문제들까지 겹치면서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이 죄송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신 사장은 "펀드운용사의 어려움은 비단 한국시장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펀드관련 소송이 줄을 잇는 등 전 세계 자산운용사들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신성건설 회사채 편입으로 인해 문제가 된 채권펀드들 외에 파생상품 등에는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주가연계증권(ELS)을 편입한 펀드들의 경우도 두 가지 종목에 연계되는 `투스타` 상품 정도만 운용하고 있어 ELS 발행사 파산신청 등과 같은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도이치투신이 운용중인 `코리아채권`의 경우 신성건설 외에도 남광토건과 코오롱건설 등 상당수의 건설회사 채권을 담고 있다.
신 사장은 "채권유동성이 문제"라며 "신성건설은 흑자부도 상태이고, 코오롱건설과 남광토건 등도 회사 내용은 크게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등급 BBB 이상 채권은 대부분 건설채를 담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신용경색에 따라 캐피털채와 카드채가 위험하다고 보고 상반기에 정리했지만 남아있는 건설사에까지 문제가 번져 발생한 위기"라고 설명했다.
신 사장은 현재 한국의 채권시장의 유동성이 심각한 상황에 있고, 해외에서 국내 자산을 평가하는 가치도 상당히 떨어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한국의 CDS(신용파산스왑) 스프레드가 100~200bp를 기록하다가 지난 10월들어 400bp까지 올라왔고, 10월27일 700bp로 피크를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현재도 400bp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달러표시의 회사채의 경우 해외에서 하이닉스가 하루만에 45% 급락했고, 수출입은행의 경우 15%나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신 사장은 "이는 태국보다도 한국의 부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며 국내 채권시장의 유동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채권시장이 회복되고 채권형펀드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크레딧마켓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투자할 기회는 다시 만들어질 것"이라며 "지난 2003년 SK글로벌 사태와 카드채사태 등을 돌아보면 심각한 위기를 지나며 놀랍게 반등한 경험을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올해 신성건설의 회생절차 신청 이슈 외에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편입한 채권펀드들에 대량 환매가 몰리는 등 채권펀드의 수난은 끊이지 않았다. 작년 활황장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데 이어 신용경색의 타격에서도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채권펀드 시장이 더욱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신 사장은 "채권형펀드는 일반적 시장환경에서라면 어떤 상품보다 안정적인 상품이지만 지금의 문제는 채권의 시장가격 조차 형성이 되지 않고 유동성 제약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회사채펀드 비과세혜택과 채안펀드 등을 통해 회사채시장을 활성화하려고 애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회사채의 가격이 형성돼 거래가 활성화되면 채권펀드도 살아나 투자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