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으로 논 갈라지는 현상에 착안해 DNA 균열 제작

by강민구 기자
2024.03.29 09:07:42

KAIST 연구팀, DNA 미세균열 제작 기술 개발
기능성 바이오 소재, 헬스케어 분야 활용 가능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가뭄이 들면 논바닥이 갈라지는 현상에 착안해 DNA 박막 위에 탈수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유기 용매를 뿌려 DNA 균열을 원하는 대로 만들어 내는 기술이 개발됐다. 균열 구조 안에 친환경 온열소재, 적외선 발광체를 넣어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에 활용할 기능성도 제시했다.

(왼쪽부터)KAIST의 이소은 화학과 석사과정, 문현빈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김주리 화학과 박사과정, 박순모 미국 코넬대 박사, 유승화 KAIST 교수. 윤동기 KAIST 교수.(사진=KAIST)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윤동기 화학과 교수, 유승화 기계공학과 교수, 박순모 미국 코넬대 화학공학과 박사 연구팀이 DNA 박막의 탈수 현상에 기반한 미세구조 균열을 제작했다고 29일 밝혔다.

DNA는 유전 정보를 저장하는 기능을 한다. 일반적으로 두 가닥이 서로 꼬여있는 이중나선 사슬 구조이며, 사슬과 사슬 사이는 2~4 나노미터 주기의 규칙적인 모양을 갖는 등 일반 합성 방법으로는 구현하기 힘든 정밀한 구조재료로 구성돼 있다.

이를 변경하려면 DNA를 빌딩블록으로 정밀하게 합성하거나 오리가미(종이접기) 기술을 이용해 구현해야 했다. 하지만 설계과정이 복잡하고, 염기서열이 조절된 값비싼 DNA를 이용해야 했다.

연구팀은 연어에서 추출한 DNA 물질을 이용해 기존보다 1000배 이상 저렴한 비용으로 화장용 붓을 이용해 정렬시켰다. 이후 3D 프린터를 이용해 지름이 2나노미터인 DNA 분자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정렬시키면서 말려 얇은 막을 만들었다.



균열 위상 시뮬레이션 기반 물질의 정렬 상태에 따른 균열 분포도.(자료=KAIST)
여기에 유기 용매 방울을 떨어뜨리면 끓는점이 낮은 유기 용매가 DNA내의 수분을 빼앗아 가면서 균열이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DNA의 사슬 옆면이 사슬 끝부분에 비해 물을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해 더 많은 수축이 일어나 결국 DNA 사슬 방향으로 균열이 형성됐다. DNA 사슬 방향을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균열도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을 이용하면 생체 친화적 소재인 DNA로 이뤄진 수십·수백 나노미터 박막에 DNA 사슬방향으로 생긴 균열에 다양한 기능성 소재를 채워 넣는 공정 개발이 가능하다.

윤동기 교수는 “극심한 가뭄에 땅이 갈라지는 일은 비가 많이 올 때 더 많은 물을 흡수하기 위함이라는 자연의 현상을 따라 구현했다”라며 “반도체 패턴만큼이나 작은 DNA 빌딩블록 기반의 미세구조 패턴을 제조한 것으로 환경친화적인 면을 고려할 때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지난 1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