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공금으로 6억여원 서울 자가 마련한 목사, 징역 2년
by이재은 기자
2023.04.12 08:46:20
교회 계좌서 5억 9000여만원 인출
서울 동작구 아파트 개인 명의로 구입
교회건물 비싸게 판매에 기여, 수고비 주장
法 “모범 보여야 함에도 횡령, 다수 교인에 상처”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교회 공금으로 서울에 개인 명의 아파트를 구입한 목사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정진아)는 특정경제범죄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목사 A(68)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9~10월 교회 계좌에서 5억 9000여만원을 인출해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를 개인 명의로 구입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10년 넘게 교회에 헌신했고 교회가 소유한 토지와 건물을 예상보다 20억원 비싸게 판매하는 등 기여를 고려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은 돈이라고 주장했다.
또 2020년 8월 A씨가 소집한 교회 공동의회에서 ‘목사님 사택 사드리기’ 결의가 통과됐고 교회 절차를 통해 아파트를 매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동의회 결의가 추후 목사 사택을 마련한다는 정도의 추상적인 내용이었을 뿐 A씨의 자가 매입에 공금을 사용하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목사직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계속 소유할 수 있는 개인 아파트까지 사택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교회 입장에서 사택을 마련하는 것과 피고인에게 그 금액 상당을 지급해 개인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큰 차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교회 담임목사로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지위에 있음에도 5억원이 넘는 큰 금액을 횡령해 피해자인 다수 교회 교인에게 큰 정신적 상처를 줬다”고 설명했다.
다만 A씨가 2021년 6월 교회에 4300만원가량을 반납하고 같은 해 12월 2억원을 더 돌려줘 일부 피해가 복구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