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무역충돌]③45% 관세? 부메랑 될 보복조치
by이정훈 기자
2017.04.01 08:16:00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대통령선거 유세기간 내내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産) 제품에 대해 45%에 이르는 고율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경고했다. 만약 이 대로 관세가 부과된다면 양국간 무역관계는 급격히 위축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글로벌 경제에 미치게 될 것이다. 또 법에 기반한 국제 무역시스템 역시 존폐의 기로에 놓일 것이다.
전통적인 분석대로 라면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중국 수출의 5분의1 가까이가 미국으로 가고 있고 이는 중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4%에 이르는 규모다. 반면 중국에 수출되는 미국산 제품은 전체의 10분의1이 채 안된다. 미국 GDP대비해서도 중국 수출규모는 1%가 채 안된다. 그러나 이같은 무역전쟁이 현실화한다면 미국 경제도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미국이 수입하는 중국산 제품을 즉시 대체할 만한 나라는 많지 않다, 설령 다른 나라 제품이 대체한다 해도 미국 소비자들이 부담해야할 제품가격이 크게 뛸 수 있다.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미국 기업들도 부품공급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미국으로 생산공장을 되가져올 경우 제품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의류업체가 공장을 미국으로 옮길 경우 46%, 스마트폰 공장을 옮길 경우 37% 각각 제품가격이 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도 미국에 대해 가만히 있지 않고 보복을 가할 수 있다. 미국이 그 보복을 감내할 수 있다 해도 중국내 수요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이 너무 많다. 미국내에서 생산되는 과일과 종자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으로 수출된다. 애플 `아이폰` 역시 중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큰 판매시장이다. 퀄컴이나 브로드컴 등 반도체업체들도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중국에서 올리고 있다. 글로벌 로비업체인 APCO월드와이드의 중화권 회장인 제임스 맥그리거는 “많은 미국 기업인들이 트럼프 행정부 관료나 백악관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중국은 우리가 가볍게 다룰 만한 나라가 아니다`라는 걸 꾸준히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취임 초기에 미국내 정책과제들로 인해 순탄치 않은 출발을 보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긴 하지만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이후 조만간 중국에 대한 조치를 확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국간 무역은 한 단면일 뿐이며 그보다 더 중요하고 심각할 수 있는 투자 문제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 10년간 중국은 미 국채에만 1조달러 이상을 투자해왔다. 만약 중국이 미 국채를 내다 판다면 미국 금리는 급등하고 달러화 가치는 폭락할 수 있다. 물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 매물을 다 받아낼 수 있는 만큼 이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 달러화 변동성이 커지면 달러화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한 중국 기업들도 덩달아 파산할 수 있다.
미국의 해외 직접투자 자금중 1% 정도도 중국에 있다. 중국내 공장과 창고, 상점 등에 투자한 자금이다. 그러나 미국 리서치회사 로디엄그룹이 홍콩이나 케이먼군도 등을 우회한 투자한 자금까지 종합해 산출한 미국의 대중국 직접투자는 1990년부터 2015년까지만 2280억달러였다. 이는 공식 집계치의 3배에 이르는 규모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직접투자도 2015년까지 160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460억달러까지 급증했다. 중국의 투자로 인해 미국에서 생겨난 일자리수도 9만개에 이른다.
이 때문에 두 나라간 무역전쟁을 해결할 하나의 해법으로 민간기업들의 역할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5년간 미국에서 10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이번주에 텐센트는 커넥티드카 협력을 위해 미국 테슬라 지분 5%를 취득했다. 화웨이나 바이두 등도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다만 이런 방식으로는 시간이 걸린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외교적 노력이 불가피하다. 두 나라가 양자간 투자협정이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나서기로 합의한다면 관계 개선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과정도 순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