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희의 불뷰)부채경제학의 경착륙

by정동희 기자
2007.06.19 12:20:00

[이데일리 정동희 칼럼니스트] 통상적으로 매달 2번째 목요일 개최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콜금리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지난 6월 2번째 목요일 열린 금통위 회의에서 콜금리 동결에 대한 입장 표명만 기계적으로 나타났는데, 시기적으로 금리정책의 타이밍 미스(Timing Miss) 가능성이 엿보이는데 살펴보기로 하자.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던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는 “현재 통화정책이 딜레마에 빠져 있는데 콜금리를 인상해야 할 시점이 이미 지났다”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실제로 건전한 주식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도 현 시점은 유동성 방황자금이 너무 커 단순히 유동성 논리에 의존하여 주식시장을 끌어올리고 있어 금리를 올려야 할 상황이다.

지난 6월8일 금통위가 발표한 통화정책방향의 전문을 보면, 부동산 가격 오름세의 둔화를 주요 논리로 제시하며 콜금리 동결에 대한 변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의 경우에도 그동안의 부동산시장 활황세가 1차적으로 저금리정책을 강행한 정부에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을 시장논리로 부동산시장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는 투자자들에게 전가하는 이율배반의 구도가 숨어있다.

정작 그동안의 부동산 가격 상승의 1차적인 원인을 제공한 정부는 자기반성이 전혀 없이 그 책임을 엉뚱하게 시장논리의 자연적인 참여자에게만 고율의 세금부과에 의존하여 전가하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콜금리 동결의 주요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는 점은, 주식시장 등 자산 버블 전체에 대한 조명이나 고찰 없이 정치적인 논리로 금리정책에 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 될 수 있다.


금리정책이 시장 논리가 아니라 정치논리에 더 의존할 경우, 우선 표면적으로 시장금리와 정책금리 간의 갭(Gap)이 확대된다.



이러한 현상 외에 더 무서운 점은 시장참여자들에게 위험(Risk)에 대한 객관적 수준의 인식을 마비시키며, 적정수준보다 위험 선호 현상이 더 높아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은행은 예대율이 적정수준이 80%를 넘는 정도가 아니라 들어온 예금보다 나간 대출이 더 많아지는 100% 수준을 넘겨도, 당장 눈 앞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리스크관리를 해태한다.

개인은 변동금리의 무서움보다는 조금전에 보았던 저금리의 착시에 의해 돈을 빌려가라는 대출유혹에 거부감 없이 쉽게 넘어가고 있다.


통계지표가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느끼는 실질 인플레 상승은 특히 올해 들어 괄목하게 높아지고 있다. 만원 신권의 크기가 작아진 만큼이나 만원 구권으로 누릴 수 있었던 소비만족도가 급격하게 줄었다.

예를 들면, 5년여 동안 남성전용미용실에서 5000원으로 머리 깍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20% 오른 6000원으로 잘라야되고 치솟는 유가에 고유가에 대한 민심이반적인 책임논쟁이 이슈가 되고, TV시청료를 60%나 올린다는 방안이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실정이다.

이보다 더 무서운 시사점은 정책금리가 시장논리보다 정치논리에 더 우선할 경우 자산버블을 방관한 데 따른 수업료를 장기간 치러야 된다는 점이다.

땀을 흘린 댓가가 아니라 자본시장 버블에 의존하여 돈 벌었다는 이야기를 회자하는데 더 열중하는 현재의 시장분위기는 금리정책의 타이밍 미스(Timing Miss)와 맞물려 부채경제학을 강요하는 현 구도의 연착륙보다는 경착륙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