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양효석 기자
2006.11.01 14:30:00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세계는 지금 총성도 국경도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부국(富國)`의 기치 아래 나라의 명운을 건 싸움에서 최선봉을 맡은 것은 `강병(强兵)`이 아닌 기업이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이름과 제품이 나라를 대표하고, 국부(國富)를 창출하고 있다.
제1부, 글로벌 기업들은 지금
제2부, 한국기업 새 부가가치에 눈뜨다
①돈벌레는 없다
②우리가 `남`이네
③국민이 알아주지 않아도
④`위하여`냐 `통하여`냐
제3부, 기업환경이 부가가치를 만든다
거대시장 중국의 수도 베이징. 베이징내 사무 중심가로 불리는 천안문 광장 인근 창안대로에 립스틱 모양의 30층 짜리 빌딩이 서있다.
LG가 중국 베이징 심장부에 순수 외국인 투자빌딩으로는 처음으로 `LG 베이징트윈타워`(사진)를 세운 것이다. 지난해 11월 완공된 베이징트윈타워는 LG가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내 철저한 현지화 경영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건립했다.
건물모양이 여성용 립스틱을 닮았다고 해서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립스틱 타워`라는 애칭까지 붙었다.
LG북경타워개발유한공사 박윤식 부사장은 "LG 베이징트윈타워는 창안대로변 건물 가운데 화교와 홍콩기업을 포함 중국인이 아닌 유일한 비중국계 외국기업이 건립한 최초 건물"이라며 "건물 건립으로 인해 중국인들에게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LG, 중국경제와 함께 성장하는 LG이미지가 더욱 강화됐다"고 말했다.
◇기업브랜드, 국가이미지 향상 기여
해외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국내 대기업 브랜드가 국가이미지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해외순방 때마다 `기업이 국가다`라고 표현할 정도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수출상위 35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산 이미지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조사에 따르면, 수출기업 10곳중 8곳(80.8%)이 "해외시장에서의 한국산의 이미지가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응답기업의 80.2%는 삼성, LG, 현대 등 국내 대기업의 해외 성공브랜드가 국가이미지 상승에 가장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반면 월드컵이·올림픽 개최(9.4%)나 한류열풍(6.1%)의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평가됐다.
기업의 브랜드 가치는 기업이 제조한 제품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제품을 제조, 판매, 마케팅하는 모든 활동이 결과적으로 기업 브랜드와 국가이미지를 업그레이드 시킨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이다.
지난 8월22일 영국 런던시내에 위치한 첼시의 홈 구장 `스탬포드 브리지`(Stamford Bridge)는 첼시의 파란색 유니폼으로 뒤덮였다. 프리미어 리그 최강팀인 아스날과 시즌 첫 라이벌전을 벌이는 경기.
관중과 TV 시청자들은 3만명의 첼시 홈팬들이 입은 유니폼에 새겨진 `SAMSUNG Mobile`(삼성 모바일) 이라는 문구를 볼 수 있었다. 김인주 삼성전자 구주 총괄 부사장이 개막전 인사말을 하자 첼시 팬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내며 "첼시, 삼성"을 연호했다.
이날 경기를 직접 본 관중은 4만명, TV 중계를 본 인원은 300만명에 달했다. 연간 60게임 정도를 벌이는 첼시의 게임은 전 세계 2억 5000만명이 관전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향후 5년간 첼시를 공식 후원하는 데 투자한 금액은 1000억원에 이른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투자는 기업 브랜드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국가 전체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낳는다.
◇프리미엄 전략이 `먹힌다`
이 같은 효과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글로벌 전략이 세계 곳곳에서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 역시 눈높이를 내수 시장보다는 세계 시장에 맞추고 있다.
주우식 삼성전자 IR팀장(전무)는 지난 3분기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4대 사업부 중 하나인 디지털미디어 사업부가 재무제표상 3분기 1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주 팀장은 당시 "본사 기준 영업이익은 대표성이 없다"며 "실제 디지털미디어 사업부는 연결 제무제표 기준으로는 영업이익 2500억원을 기록했다"고 연신 강조했다. 디지털 미디어 사업의 주력 공장들이 해외에 있어 본사 영업이익이 실제 수익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LG전자, 현대차, 포스코, SK 등 국내 주요 기업들 역시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표 참조)
특히 후발 주자들의 `성과`가 눈부시다. 가장 적극적인 곳이 현대자동차.
지난 98년 인도에 해외공장을 설립하면서 글로벌 경영을 본격화한 현대차는 지난해 해외에서만 74만대의 차를 생산했다. 98년 5만대 수준에서 7년만에 15배가량 급증한 것.
기존 해외 공장 외에 현재 건설중인 미국, 중국, 슬로바키아 공장 등이 완공되면 2009년경 연간 289만대를 해외에서 생산한다. 해외 생산비중이 무려 49%에 육박한다. 이는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인 GM(46.7%)과 도요타(37.3%)를 웃도는 수준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은 양적인 단계에서 질적인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싼 제품보다는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에 주력하면서 `한국=부자나라`라는 이미지도 확산되고 있다.
실제 중국 사람들은 휴대폰은 삼성, 에어콘은 LG 브랜드를 최고 제품으로 꼽는다. 이런 전략은 기업 브랜드 가치 뿐 아니라 전반적인 국가 이미지까지 끌어올린다.
우남균 LG전자 중국지역총괄 사장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하이얼도 LG전자에 따라오지 못하는 몇개 분야가 있다"면서 "LG전자는 모든 분야에서 중국업체와 경쟁해 빼앗으려 하지 않고 집중해서 성공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