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브랜드 수수료…총수일가 회사 더 챙겼다
by김상윤 기자
2020.12.27 12:14:26
공정위, 브랜드 사용료 거래내용 공개
총수있는 집단이 브랜드 사용료 수취 많아
롯데·태영·이랜드·하림 등 37곳 공시의무 위반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총수일가 지분이 높은 회사일수록 계열사로부터 받는 브랜드 사용료 수입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4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브랜드(상표권) 사용료 거래내용을 27일 공개했다.
상표권 사용료란 특정 기업 브랜드(문자·기업·도형으로 이뤄진 상표)를 사용하는 회사가 상호명 소유권을 가진 회사에게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사용료 명목으로 지급한 돈을 말한다. 예를 들어 (주)LG의 상표권을 계열사가 이용할 경우, LG화학 등 계열사는 LG에 일정금액을 대가로 지급한다.
상표권 사용료 수입은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공정위 분석 결과 지난해 42개 기업집단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브랜드를 사용하는 거래가 발생했고, 거래액은 1조4189억원에 달했다. 2014년 8654억원 대비 63.9%가 늘어났다.
기업별로 SK(2705억원), LG(2673억원)이 2000억원이상 브랜드 사용료를 받고 있었고, 한화(1475억원) 롯데(1024억원) CJ(992억원), GS(826억원) 한국타이어(50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상표권 사용료를 수취하는 행위 자체는 상표법상 적법한 행위다. 브랜드를 보유한 회사는 상표를 관리하고 브랜드가치를 키워나가기 때문에 계열사로 부터 일종의 ‘댓가’를 받는 게 당연하다. 오히려 무상으로 제공할 경우 특정기업을 부당하게 지원한게 돼 법 위반이 된다.
관건은 상표권 사용료 규모가 적정한지 여부다. 이를테면 계열사가 지주사에 과도한 브랜드수수료를 제공하면 이익이 줄기 때문에 계열사 주주는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반면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지주사에 이익이 몰리면서 총수일가 승계로 활용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공정위는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에서 상표권 유상사용 비율이 높게 나타나타나고 있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총수가 없는 집단의 상표권 유상사용 비율은 33.3%에 불과했으나 총수가 있는 집단은 70.9%에 달했다.
매출액 대비 상표권 수입액 비율도 총수 없는 집단이 0.02%였다면 총수 있는 집단은 0.28%였다.
상표권 사용료 수취회사(69개사)의 총수일가 지분율은 평균 25.79%였고, 이중 총수일가 지분율이 20%이상인 수취회사는 36개사(52%)였다.
민혜영 공정위 공시점검과장은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수취회사가 지분율 20%미만인 수취회사보다 매출액 대비 상표권 사용료 수입 비중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공정거래법 개편으로 총수일가 지분율이 20%이상이면 사익편취규제대상에 해당하게 됨으로써 부당하게 상표권 내부거래를 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27일 대규모 내부거래 등 중요 공시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37개 기업집단의 108개사(총 156건)에 대해 13억987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집단별로 보면 롯데(20건, 7900만원), 태영(19건, 2억4700만원), 이랜드(13건, 1억8000만원), 하림(11건, 3억4200만원) 등에서 위반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