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초점` 김학의 수사단, 압수수색으로 시동…윤중천 `입` 주목

by이승현 기자
2019.04.07 12:51:20

압수물 분석에 주력·경찰청 포렌식센터 추가 압수수색
뇌물·특수강간 혐의 물증 남았을 가능성 높지 않아
윤씨 협조·피해여성 진술 등 필수…금주부터 소환조사
金출금 사전조회 법무관들, 수원지검 안양지청서 수사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수수·성범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김 전 차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가운데 지난 4일 서울 광진구 김 전 차관의 자택 앞에서 취재진이 검찰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 의혹 사건을 재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단이 대규모 압수수색에 나서 주말 내내 분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의미있는 증거물을 확보할 지는 불투명해 보이는 만큼 이번주부터 시작될 건설업자 윤중천(58)씨를 비롯한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조사에서 진술과 협조가 나오느냐가 수사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7일 검찰에 따르면 김학의 사건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지난 4일 김 전 차관 주거지와 사무실, 윤씨 사무실, 성 접대 장소로 지목된 강원도 별장, 김 전 차관과 윤씨의 휴대전화, 경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 등에서 확보한 압수물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또 다음달인 5일에도 경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를 다시 압수수색했다. 하루 전 압수수색 때 영장범위 문제로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영장을 다시 발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첫번째 타깃인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는 윤씨가 검찰 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단 조사에서 “지난 2005~2012년 김 전 차관에게 수천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데 따른 것이다. 특수단은 계좌추적 등을 통해 윤씨와 김 전 차관이 실제로 금품거래를 했는지 확인한 이후 대가성 여부 등 돈의 성격 규명에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뒤늦은 압수수색으로 증거를 확보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씨가 여러 차례 경찰과 검찰 수사를 받았던 이력이 있기 때문에 수년 전 뇌물사건의 물증을 남겨뒀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윤씨가 금품을 건넸다고 기존과 달리 입장을 바꾼 배경에 주목한다. 뇌물수수자는 수수금액에 따라 형량과 공소시효가 늘어나지만, 뇌물공여자의 경우 금액에 관계없이 공소시효가 7년이다. 윤씨가 공소시효 완성으로 처벌에서 배제된다고 판단해 특수단에 금품거래 사실을 진술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수단이 윤씨에게 뇌물공여에 대한 구체적 진술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비밀 뇌물장부 등까지 확보하면 수사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뇌물의 대가성 규명은 별개 문제다. 이와 관련, 윤씨가 이른바 한방천하 사기분양 의혹 사건으로 2007~2011년 3차례 진정과 고소를 당했지만 검찰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게 단서로 지목된다. 특수단이 검찰 고위직인 김 전 차관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당시 윤씨 검찰 수사팀의 수사상황을 살펴볼 가능성도 있다.

김 전 차관의 성범죄 의혹도 피해자 진술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특수단이 경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를 압수수색한 것은 경찰이 지난 2013년 김 전 차관 성 접대 의혹 사건 수사 때 확보했던 각종 디지털 증거를 찾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진상조사단은 “경찰이 휴대전화와 컴퓨터 포렌식으로 확보한 3만건 이상의 동영상 등 디지털 증거를 누락해 송치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누락한 증거가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다만 김 전 차관 인상이 뚜렷이 확인되는 동영상 등을 확보해도 그것만으로 특수강간 혐의를 입증할 물증이 될 지는 불투명하다. 피해 여성의 구체적 진술이 중요한 이유다.

앞서 검찰은 2013년과 2014년 1차·2차 수사에선 동영상 촬영시기와 여성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등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김 전 차관과 윤씨를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오래 전 사건이라 물증 확보가 쉽지 않아 결국 진술증거 확보가 중요하다”며 “특수단이 어떻게 진술을 이끌어낼 지가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이르면 이번주부터 참고인 소환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여부를 사전조회한 법무부 소속 공익법무관 2명에 대한 수사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맡는다. 법무부는 이들을 상대로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과 대면조사 등 감찰을 진행했지만 김 전 차관과의 연관성이나 출국규제 정보 외부유출 정황을 찾지 못하자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법무부 청사가 있는 경기 과천을 관할한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추천을 받아 진상조사단에 파견됐다`고 지목한 이모 검사는 공보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사위는 곽 의원이 2013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당시 경찰의 김 전 차관 수사에 외압을 가한 정황이 있다며 수사대상으로 지목했다.

성폭력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달 23일 새벽 인천공항에서 태국으로 출국을 시도하다 긴급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져 공항 청사를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 MBC뉴스데스크 화면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