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야 어찌되든…'본말전도' 특검
by양희동 기자
2017.01.15 11:25:43
특검 16일께 구속 영장 청구 여부 결정
이 부회장 구속시 삼성그룹 올스톱 전망
트럼프 시대 앞두고 전세계 발빠른 행보
기업은 최순실 사태에 휩싸여 안갯속
| 특검이 16일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 발부여부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새해 경영 전략 수립 등이 모두 멈추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뇌물 공여’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이 부회장. [이데일리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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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이번 특검이 밝혀야 할 진실은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그 측근들이 저지른 국정농단 사태다. 그런데도 특검은 최씨 딸 정유라씨는 소환도 못하고 우병우나 문고리 3인방은 놔두면서 무리한 표적수사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구속에 올인하면서 삼성 특검으로 몰고 가고 있다. 트럼프 시대 개막을 앞두고 전 세계 정·재계 인사들이 자국 이익을 위해 분주하게 뛰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거꾸로 가고 있다”.
특검이 지난 12일 이재용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22시간이 넘는 강도높은 마라톤 수사를 벌인데 이어 16일께 그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발표하기로 한데 대해 한 대기업 고위관계자는 본말이 전도된 현 상황에 대한 심경을 토로했다.
특검이 이 부회장을 뇌물 공여 및 위증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지난해 11월부터 추진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 문제가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또 지난 2015년 7월 이뤄진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 합병의 정당성도 훼손될 가능성이 커 삼성이 그동안 추진해온 경영권 승계 작업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도 높다.
삼성은 이 부회장 뿐 아니라 그룹 2인자인 최지성 미래전략실 부회장과 3인자인 장충기 미전실 사장 등 그룹 수뇌부가 모조리 소환 조사를 받았고 피의자 전환과 구속 영장 발부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그룹 수뇌부 공백 사태로 이어져 삼성은 새해 사업 전략을 수립하지 못한 채 그룹 전체가 장기 표류할 수 있다.
현재 삼성·현대차·LG·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대비책을 하루빨리 세워야 한다. 특히 삼성·LG 등은 이미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이들 회사의 세탁기에 대해 각각 52.5%와 32.1%의 반덤핑 관세 부과를 통보받은 상태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선제적으로 북미 지역에서 판매하는 세탁기의 생산지를 베트남 등 다른 곳으로 돌려 직접적 피해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트럼프 시대 개막에 앞서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오는 17일부터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릴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재계 총수들이 특검의 출국금지로 참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 측근과 만나 인맥을 확보하고 소통의 창구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우리 기업들만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처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 주석이 직접 첫 참가하고 알리바바 마윈 회장과 왕젠린 다롄완다 회장이 동행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마윈 회장은 이미 지난 9일 뉴욕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미국 내 100만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상태다.
반면 우리 기업들은 특검의 마구잡이식 소환과 구속 영장 청구 위기에 직면해 2009년부터 전경련 주도로 매년 다보스포럼에서 열던 ‘한국의 밤’도 열지 못하게 됐다. 기존에 있던 네트워크까지 무력화돼 글로벌 무대에서 나 홀로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처지에 놓이게 됐다. 또 우리 기업이 트럼프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미국 공장 건설 등 일자리 확대 카드도 적기에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집권이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은 미국 공장 신설 및 증축 등 중요한 의사 결정이 이뤄져야 하는 시기인데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줄줄이 특검의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중요한 결정을 하나도 못 내리고 있다”며 “삼성은 이 부회장이 구속된다면 반도체 시장 호황으로 간신히 수습 국면에 접어든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미국 공장 건설 등 적기 투자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