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삼바로 중남미를 녹여줄게요”

by박동석 기자
2005.12.12 10:30:21

허영운 LG전자 브라질 법인(LGESP) 부장 인터뷰

[상파울루 = 이데일리 박동석기자] “우정과 의리의 기업정신이 없었다면 오늘이 있었겠어요?”

허영운 LG전자 브라질 법인 관리부장()은 LG전자가 척박했던 중남미시장에서 1등 전자업체로 우뚝 서게 된 배경을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설명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아마존과 같이 호흡하려는 우정을 소비자와 시장이 알아줬다는 해석이다.
“외환위기가 닥쳐 견딜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어도 우리는 브라질에 남았습니다. 다른 외국기업들은 줄행랑치기에 바빴었지요”

허 부장의 말대로 LG전자는 중남미시장을 파고들기 위해 그 어렵던 외환위기를 이를 악물고 홀로 견뎌냈다. 은근과 끈기였다.

당장의 손실보전보다는 남들보다 더 멀리 봐야한다는 경영적 판단도 있었다. 그러나 쉽게 소비자를 배신할 수 없다는 의리가 더 우선이었다.

결국 외환위기에 앞길이 의심스러운 중남미시장에 남은 LG전자는 국가부도의 위기감에 떨고 있는 브라질 소비자들과 시련을 같이 했다. 한켠에서는 거미줄 같은 유통망을 묵묵히 다져나갔다.

시련의 대가가 결실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중남미에서 휴대폰, 모니터를 생산하는 따우바떼 공장(LGESP)과 TV, DVD등을 생산하는 마나우스 공장(LGEAZ)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주문을 대느라 바빠지기 시작했다.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등 신흥경제국)의 등장과 함께 브라질 소비자들의 주문도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주문이 늘어남과 동시에 매출, 이익도 껑충껑충 뛰었다.

그 신장속도는 무서웠다. 외환 위기때 브라질을 떠났다가 물건이 팔린다니까 다시 돌아온 국내 다른 경쟁업체가 따라오기 벅찰 정도였다.

“지난2002년부터 브라질 가전시장은 연평균 20~30%정도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위기를 버티며 바닥을 오래 다져왔기 때문에 남들에 비해 그 과실을 많이 딸 수 있었지요”



LG전자 브라질의 성공스토리는 중장기 성장 전략인 `삼바(Samba)시리즈`에서 잘 볼 수 있다.
지난 2003년 6억 달러 매출에 3000만 달러 이익을 내자는 뜻의 삼바630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LG전자 브라질법인은 지난해 삼바850 목표를 채워냈다.

“올해는 삼바 1100이었습니다만 목표수정이 불가피합니다”

허 부장은 올해 제품판매가 크게 호조를 보여 삼바1100으로 잡혀있던 성장목표를 삼바1300으로 수정했다고 너스레를 떤다.

지금대로라면 매출이 13억 달러를 초과할 것 같다는 추정이다. 고진감래(苦盡甘來)였다.

LG전자 브라질법인은 올해 8월 브라질의 유력 경제잡지인 `인포 엑사미`가 선정하는 `올해 최고의 기업상`을 수상했다. 그런가 하면 9월에는 `브라질 500대 기업상`에서 2년 연속 전기·전자·통신분야 1위 기업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 현지진출 성공 사례로 소개됐다.

“오늘이 있기까지 어려움은 외환위기 시절을 빼고도 말로 다할 수가 없습니다. 브라질이 디폴트(국가채무불이행)를 선언한 2002년 헤알화가 1달러 당 4달러까지 갔을 때는 정말 아찔했지요”

올해로 중남미에서만 5년을 근무한 허 부장은 이제 환(換)리스크 매니지먼트의 달인이 됐을 정도다.

“요즘 브라질시장 진출을 노리는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면 항상 환헤지에 신경을 쓰라고 권유합니다”

그는 그러면서 “LG전자 브라질법인만큼은 그 동안 경험이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웬만한 환리스크는 방어할 정도로 내성이 단단하다”고 자랑했다. 각 시나리오별 환위기 관리 플랜이 짜여져 있다는 설명이다. LG전자의 브라질 성공스토리는 품질 외에 현지 주민들 가슴속을 파고드는 토착 마케팅과 외환관리능력의 조화가 이끌어낸 결과다.

그 자신감에서였을까. 그는 “오는 2008년에는 삼바20000이 가능할 것”이라며 손으로 승리의 `V`자(字)를 만들어 쑥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