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료 200만원 달라는 父 요구 들어줘야 하나요[양친소]
by성주원 기자
2024.09.28 07:02:00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김선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
|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4년 가사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출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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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중학교 때까지 늘 부모님이 싸우는 모습만 보고 자랐어요.
아버지는 하루가 멀다하고 외박을 했고, 집에 들어오는 날엔 두 분이 치열하게 다투셨죠. 아버지에게 여자가 있었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잡으려고 했고요. 두 분의 싸움은 아버지가 물건을 집어 던지고 어머니를 때려서 끝이 났습니다.
결국 아버지는 집을 나갔고,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는 생활비도 제대로 주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식당 아르바이트를 해 제가 공부할 수 있었고요. 가정을 힘겹게 지켜오던 엄마는 제가 대학에 들어갈 무렵, 아버지에게 이혼을 요구하셨습니다.
이혼소송 과정에서 저는 엄마가 겪은 일들에 대해 솔직히 진술서를 작성했고, 아버지는 이 일을 원망하면서 저와의 연락까지 끊었습니다. 그 후 아버지가 재혼했다는 말만 전해 들었어요. 엄마는 이혼 후 재산분할로 받은 돈으로 월세집을 얻어 생활하셨습니다. 제가 결혼한 후에는 함께 지내면서 저희 아이들을 돌봐 주시고 제가 생활비를 드리고 있고요.
그런데 최근 아버지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재혼한 여자와도 이혼을 했고 암수술까지 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딸래미가 떵떵 거리며 잘 살면서, 아버지도 돌보지 않느냐’며 매월 생활비 200만원과 그동안 쓴 수술비와 병원비까지 달라는 겁니다. 부모 역할을 제대로 하지도 않은 아버지에게 매월 200만원씩 부양료를 드려야 할까요?
△민법 제974조는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간’, 즉 부모와 자녀 간의 상호 부양의무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①직계혈족인 부모와 성년 자녀 간 상호 부양할 의무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②직계혈족의 배우자, 자녀의 배우자, 즉 시부모와 며느리 간에도 부양의무를 부담합니다. 다만 혼인 생활 중인 부부 간 부양의무를 본질적인 부양의무라고 해서 1차적으로 일방 배우자가 누리는 정도로 부양해야 하지만 부모와 성인 자녀 간에는 2차적 부양의무로 정도가 부부 간 부양의무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1차 부양의무자인 부부 간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상호 동일한 정도의 수준을 누릴 수 있도록 부양할 의무가 있지만, 성년 자녀가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지기 위해서는 1차 부양의무자인 배우자가 없는 경우에 부양의무가 발생합니다. 특히 부모가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해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부양할 의무를 부담하고, 부양의무를 지더라도 자녀가 현재 자신의 지위에 상응하는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서 2차 부양의무를 부담합니다. 즉 부모 자식 간에는 자녀가 현재 본인의 생활비를 충당하고 여유가 있는 것을 전제로 부양의무를 부담하는 것입니다.
△사연자가 가정을 이루고 생활하면서 자녀들을 양육하고 친정어머니 생활비도 부담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맞벌이라 해도 생활비를 충당하고 매월 200만원을 아버지에게 지급하는 것은 현재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사연자는 부양료 청구를 부인하거나 감액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신의칙 등에 따라 부인하는 판례가 있는데요. 법원은 부양을 받을 자인 부모가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해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서 부양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도 하고, 부모와 부양의무자인 자식 간에 교류가 있었는지 여부, 부모가 곤궁에 이르게 된 경위를 고려해서 부양의무 여부 및 정도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사연처럼 폭력을 행사하고 자녀의 생계를 돌보지 않은 부모의 경우에 부양 청구권이 신의칙이나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 사연 역시 아버지가 그간 가정을 돌보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부양료 청구 자체가 신의칙에 반한다고 주장해서 부양료 청구가 부인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부양의무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부양료는 청구를 한 장래에 한해서만 이행을 청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법원도 과거 부양료가 문제된 사안에서, 부양을 받을 자가 부양의무자에게 이행을 청구하였음에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이행 지체에 빠진 이후의 것에 대해서만 부양료 지급을 청구할 수 있을 뿐, 부양의무 이행을 청구하기 이전의 부양료 지급은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부양의무 성질이나 형평의 관념에 합치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부양료는 자녀의 자력 및 부모의 자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는 것으로 일률적인 기준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는 100만원 이하로 인정된 것이 대부분입니다. 사연자의 아버지가 요구하는 것처럼 부양료 200만원을 인정받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