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중 기술 적용 커넥티드카 2027년부터 美도로 못 달린다

by정다슬 기자
2024.09.24 07:18:23

공용도로서 운행되는 모든 차 포함
"해외적대국 차량 부품, 美안보에 심각한 위협"
"경제적 목적 없다"지만 美언론 "없을 수 없어"
소프트웨어 2027년, 하드웨어 2030년형부터 적용

8월 1일 바이도의 자율주행차 아폴로가 중국 후베이 우한에서 운전자에 승객 없이 자율주행을 하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국이 미국 전역에서 중국·러시아산 부품을 사용하는 커넥티드카는 운행될 수 없다고 밝혔다. 커넥티드카는 실시간 인터넷 접속을 기반으로 내비게이션과 자율주행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차량을 뜻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늘날 생산되는 대부분의 차량은 인터넷에 연결되므로, 사실상 모든 중국산·러시아산 부품을 사용하는 차량을 금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은 23일(현지시간) 중국, 러시아와 관련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커넥티드 차량의 수입과 판매를 금지하는 규칙 제정안(NPRM)을 발표했다. 차량연결시스템(VCS)과 자율주행시스템(ADS)에 중국, 러시아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미국 내 수입과 판매가 막힌다. VCS에는 자동차가 외부와 소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련의 시스템으로 통신제어장치, 블루투스, 셀룰러, 위성, 와이파이 등이 포함된다.

채굴이나 농업용 등 사유도로에서 운행되는 차량을 제외한 버스, 트럭, 개인 승용차 등 공공 도로에서 운행되는 모든 차량에 적용되며 미국 내에서 생산된 차량도 중국, 러시아와 연관이 있는 업체가 제조할 경우 마찬가지로 판매가 금지될 수 있다. 적용 모델은 소프트웨어의 경우 2027년형부터, 하드웨어는 2030년형부터 적용된다. 모델 연도가 없는 하드웨어는 2029년 1월 1일부터 금지된다. BIS는 해당 규정이 내년 1월까지 제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오늘날 자동차는 인터넷에 연결된 카메라, 마이크, GSP 추적장치 및 기타장치를 지니고 있다”며 “이러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해외 적대국이 우리 국가안보와 미국 국민의 개인정보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국가안보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상무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기술이 미국 도로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집중적이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현대의 많은 차량들은 사실상 바퀴 달린 컴퓨터이다”라면서 “이들의 차량제어 시스템은 제조사나 충전소와 같은 주요 인프라와 지속적으로 연결돼 운전자의 개인 습관에 대한 방대한 오디오와 비디오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미 중국이 우리 인프라에 악성 소프트웨어를 사전 설치해 교란과 파괴를 목표로 했다는 충분한 증거를 봤다”며 “잠재적으로 수백만대의 차량이 도로에 있고 각 차량의 수명은 10~15년에 달하므로 교란과 파괴의 위험은 급속도로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지난 4월 자동차산업혁신연합은 중국 부품을 대체할 시스템을 신속하게 마련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러한 우려를 인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조치는 중국·러시아산 부품이 미국에 판매되는 차량에 널리 사용되기 전 선제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번 규제가 미국의 국가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경제적 목적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WSJ는 “이번 문제는 국가 안보뿐만 아니라 사업적 이익도 명백히 걸려있다”고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는 중국산 자동차가 거의 없는 상태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전기차 등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는 등 엄격한 무역적·비무역적 장벽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볼보 등과 같이 중국기업(지리 자동차)이 소유하고 있으며 최근 멕시코에서 중국산 자동차가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상태다.

현재 미국 도로에서 자율주행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중국 자율주행차도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바이두의 아폴로, 오토엑스, 위라이드가 시험 주행에 나서고 있으며, 에리조나 규제 기관 역시 중국의 자율주행 업체 포니AI에 대해 시험주행을 허가한 상태다.

러몬도 장관은 중국산 자동차가 유럽에 재빠르게 진출한 것을 두고 “경고 메시지”라며 “중국산 차량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것은 중국의 비시장적인 관행 때문”이라고 말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우리의 자동차 공급망이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