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이주 홍콩ELS 자율배상 결정…충당금 최소 2조 전망
by유은실 기자
2024.03.24 13:22:17
우리銀 이어 KB국민·신한·하나·농협·SC도 이사회 의결
이사회 승인→배상 협의···KB국민, 충당금 처리 1조 예상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내주 이사회를 열고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관련 자율 배상 방침을 확정한다. 이들 은행의 이사회 승인이 매듭지어지면 은행권은 일제히 개별 투자자들과 실제 배상 비율 관련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에 따른 은행권 올 1분기 충당금 규모는 최소 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SC제일은행은 이번주 임시 이사회를 소집한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11일 제시한 ELS 손실 배상 관련 분쟁조정 기준안을 바탕으로 각 은행이 추정한 배상 규모를 이사회에 보고하고, 이사회가 배상 관련 손실을 충당금 형식으로 실적에 반영하는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우선 홍콩 ELS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은 이부 후반께 이사회를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13일부터 지난 2021년 1~7월 H지수 ELS 계좌 8만 여개에 대한 전수 조사에 들어갔다. 금융 당국이 지적한 불완전 판매 기준에 실제로 얼마나 해당하는지 살펴 대략의 배상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작업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이번 이사회를 거쳐 1분기 실적에 약 1조원의 H지수 ELS 배상 관련 충당금을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수조사 등을 통해 밝혀진 판매액은 5조2000억원 정도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손실률은 50% 수준이다. 여기에 평균 손실 배상률을 40%로 적용해 추산하면 약 1조원이 나온다.
신한은행도 비슷하게 주 후반에 이사회를 열고 ELS 자율 배상을 공식 확정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6월부터 H지수 ELS 사후 관리 전담 테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현재 17명으로 구성된 이 TF가 자율 배상 관련 시뮬레이션을 거의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6일 열리는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 일정을 고려할 때 27∼29일 사이 은행 이사회가 배상안을 확정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 차례 사전 간담회를 통해 배상 관련 사항을 이사들이 공유한 상태다.
하나은행은 오는 27일 이사회에서 자율 배상을 논의한다.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도 28일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배상안을 확정할 것이 유력하다.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은 각 작년 9월과 8월 ELS TF를 꾸려 이번 사태에 대응해왔다.
우리은행은 지난 22일 은행들 가운데 처음 이사회를 열어 자율 배상을 결의하고, 이번 주부터 투자자들과 접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KB국민은행뿐 아니라 여타 은행들도 주로 손실이 확정된 2021년 1∼7월 판매분(2024년 1∼7월 만기 도래분)을 중심으로 손실·배상 규모를 따진다면, 6개 은행의 올해 1분기 관련 충당금 적립 규모는 최소 약 2조원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