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카카오, 헤어샵 접는다...스크린골프 철수는 난항
by노재웅 기자
2021.10.04 14:09:08
꽃배달 중개 이어 헤어샵 철수 확정
정치권이 요구한 스크린골프는 점주들 반발로 무산될 듯
골목상권 논란 사업 정리 담은 지난 '상생방안'에 이은 것
전문가들 "플랫폼 M&A 위축 우려..시장별 경쟁활성화 정책 필요"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공룡 플랫폼 논란에 휩싸인 카카오(035720)가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사업에 이어 헤어샵 사업을 연내 철수한다. 다만, 국회에서 골목상권 침해로 지적하는 스크린골프 사업은 가맹점주들의 반발로 철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카카오 스크린골프 가맹사업 ‘프렌즈스크린’과 미용실 예약 서비스 ‘카카오헤어샵’. 사진=카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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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회에 따르면 카카오는 미용실 예약 서비스 ‘카카오헤어샵’을 연내 철수하겠다는 계획을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크린골프는 정치권에서 철수를 요구했지만 1200곳에 달하는 가맹점주들의 반발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조치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일 우려가 있는 업종은 철수하겠다는 김범수 이사회 의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지난 2015년 하시스(現 와이어트) 지분 51%를 인수하면서 카카오헤어샵을 출시, ‘노쇼(No-Show)’ 없는 예약 문화를 정착시키며 뷰티 예약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로 키웠다.
스크린골프의 경우에는 1위 사업자(골프존)가 90% 이상을 차지하던 독점시장에 2017년 2위 사업자 마음골프를 인수하면서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며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카카오는 헤어샵과 스크린골프 사업 철수에 대해 “지난달 중순 골목상권 논란 사업에 대해 계열사 정리 및 철수를 검토한다고 발표한 뒤 이에 해당하는 사업들에 대해 내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의 헤어샵, 스크린골프 사업은 카카오모빌리티의 꽃과 간식 배달 중개 사업과 함께 정치권의 주된 공격을 받았다. 이용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7일 플랫폼 불공정거래 토론회에서 “카카오가 막대한 자본으로 골목상권의 빈틈을 비집고 문어발식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고,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공정과 상생을 무시하고 이윤만 추구하던 과거 대기업 모습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카카오는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14일 △카카오모빌리티의 꽃·간식 배달 중개 등 골목상권 논란 사업 철수 △파트너 지원 확대 기금 5년간 3000억원 조성 △김범수 의장 개인회사 케이큐브홀딩스의 두 자녀 퇴사 및 미래 인재 양성 사업 집중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카카오는 빠른 시일 내에 추가 상생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번 헤어샵 철수 계획도 그 일환으로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카카오는 이번에 대리운전 콜 업체 추가 인수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국회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카카오 단독 의지만으로 바로 철수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카카오헤어샵의 경우 와이어트의 지분 관계 정리가 선행돼야 한다.
특히 정치권이 요구하는 스크린골프 사업 철수는 가맹사업인 프렌즈스크린이 1200곳에 달하는 영세 가맹점주들과 관계를 맺고 있어 철수 방안을 협의해야 한다.
스크린골프 가맹점주들은 카카오가 철수할 경우 다시 시장이 골프존 독점체제로 돌아가 장비와 브랜드 사용료 경쟁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하면서 반발하는 형국이다. 대중에게 친숙한 카카오 캐릭터로 홍보해왔기에 카카오의 시장 철수가 사업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진주 킹스크린골프를 운영하는 안주균 대표는 “카카오는 1위 회사 골프존의 점유율이 높은 상황에서 후발주자로 들어와 스크린골프의 높은 센서 가격이나 사용료 가격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며 사업 철수를 반대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따른 헤어샵·스크린골프 사업 철수 시도가 플랫폼 기업의 스타트업 인수합병(M&A)을 무조건 더디게 만들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플랫폼의 인수합병(M&A)에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기업 합병과 기술을 협력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것을 구분해야 한다”며 “스타트업들에게 가장 좋은 것은 M&A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이 진출했을 때 소비자잉여가 증대됐는가 여부는 서비스 특성에 맞게 판단해야 한다”며 “미국처럼 시장별로 경쟁을 유도하는 체계적이고 일관된 지원과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