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 파는 외국인은 펀드 아닌 글로벌 연기금"
by고준혁 기자
2021.05.21 09:14:49
아일랜드, 룩셈브루크, 쿠웨이트, 사우디 국내 주식 매수
"자산배분 유연성 가질 수 있는 중동 국부펀드, 패밀리 오피스"
반면 네덜란드, 일본, 노르웨이 등은 순매도…"배분 기준 따라야"
"인플레이션 우려로 외국인 국내 주식시장 미지근한 모습일 것"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국내 주식시장을 순매수하는 외국인 자금은 연기금 등 비교적 수동적인 성격의 기관과 국부펀드와 사모펀드 등 능동적인 집단으로 나뉜다. 최근 국내 외국인 매도세는 지난해 주식 자산 비중이 크게 늘어 이를 조정하는 연기금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인플레이션 우려로 당분간 외국인은 위험도가 큰 신흥국 시장을 보수적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기준 올해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36조원, 18조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58조원 국내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연기금과 펀드, 헤지펀드, 국부펀드, 패밀리오피스 등 다양한 투자주체로 나뉜다. 장기투자 성격이 짙은 펀드는 미국이나 룩셈부르크에 영향을 많이 받고, 헤지펀드나 패밀리오피스는 영국이나 아일랜드 영향권에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 일어나는 순매도는 미국 펀드 자금이 아닌 연기금인 것으로 파악된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미국계 자금에서 펀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신흥국 관련된 글로벌펀드 자금의 흐름과 미국계 자금의 방향은 비슷했다”며 “그러나 작년 하반기 이후 신흥국 관련 펀드에선 자금 유입이 이어졌지만, 미국계 자금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순매도 기조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0년과 2021년 미국계 자금은 각각 16조원과 5조3000억원의 국내주식을 순매도하였다”며 “CalPERS 등 미국의 연기금이 글로벌 주식시장의 상승으로 주식 자산의 비중이 커지면서, 일부 주식을 이익 실현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외 글로벌로 시선을 돌려도 국내 자금을 파는 주체는 펀드보단 연기금이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연초 이후 우리나라 주식을 가장 많이 매수한 국가는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쿠웨이트, 사우디 등이다. 상대적으로 자산배분에서 유연성을 가질 수 있는 중동의 국부펀드와 패밀리 오피스 등이 연초 이후 국내 전망을 밝게 보고 매수한 것으로 설명된다. 반면 네덜란드(ABP), 일본(GPIF), 노르웨이(노르웨이 국부펀드), 프랑스(FRR)는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는 연기금은 장기적으로 정한 자산배분의 기준에 따른 것으로, 주식자산의 가격이 많이 오르면 비중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글로벌 연기금의 주식 자산 비중 축소가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글로벌 연기금의 주식 자산 매도 부담은 상당 부분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하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것은 신흥국 자산에 대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런 이유로 당분간 외국인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대해 미지근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