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SEC 으름장`에 눈치보는 암호화폐…비트코인 830만원대

by이정훈 기자
2018.06.07 08:19:56

[이정훈의 암호화폐 투데이]비트코인 가격 보합권서 등락
이더리움·이오스·라이트코인 등 1% 안팎 동반 하락세
SEC 위원장 "ICO 토큰은 증권에 해당…증권법 엄격 적용"
비트코인 ETF 재타진…피델리티도 거래소 설립 추진

최근 나흘간 비트코인 가격 추이 (그래픽=빗썸)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시장이 여전히 소폭 조정을 보이며 횡보하고 있다. 미국 금융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역대 첫 ‘크립토 차르’를 임명한데 이어 위원장까지 나서 증권거래법을 적용해 암호화폐공개(ICO)를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그러나 기관투자가 수요를 늘려줄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가 재시도되고 있는데다 글로벌 초대형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까지 암호화폐 거래소 설립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7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4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0.2% 정도 상승한 834만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달러로 거래되는 4대 거래소 시세를 평균한 코인마켓캡에서도 비트코인은 0.5% 오른 7650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이더리움과 비트코인 캐시, 이오스, 라이트코인 등 대부분 알트코인은 1% 안팎의 하락세에 머물러 있다.

미국 SEC의 으름장이 투자심리를 다소 위축시키고 있다. 이날도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자금 조달 목적으로 실시하는 암호화폐공개(ICO)에서 발행되는 토큰들이 대부분 증권(Security)에 해당되며 이를 기존 증권거래법을 통해 엄격하게 규제하겠다고 제이 클레이튼 위원장이 또한번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클레이튼 위원장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증권와 같은 방식의 토큰 세일은 반드시 증권거래법에 따라야 한다”며 “우리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전통적인 증권의 개념에 위배되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런 증권 개념 자체를 바꿀 계획이나 필요성도 전혀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토큰과 같은 디지털 자산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현금을 받고 이를 통해 사업을 하면서 ‘우리에게 투자한 대가로 수익을 얻게 될 것이다’라고 약속한다면 이 토큰은 증권에 해당하는 것이며 증권 판매에 준해서 우리는 규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에만 91억달러에 이르는 ICO가 이뤄졌다”고 전한 뒤 “만약 ICO를 하면서 토큰을 사모로 판매하고자 한다면 사모에 관한 법규정을 따르면 되고 토큰을 통해 기업공개(IPO)와 같은 공모 방식의 자금 조달을 원하는 기업이 있다면 우리를 찾아와서 만나야할 것이며 우리는 기업들의 ICO를 돕는 일을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암호화폐 투자 수요 확대를 기대하게 하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현재 2조4000억달러에 이르는 운용자산을 가지고 있는 글로벌 초대형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가 암호화폐 거래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개발 인력을 선발하는 사내 공고에서 피델리티측은 “퍼블릭과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통한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만들고 시스템을 유지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을 구한다”고 알렸다.

또 피델리티는 회사내 제한된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는 피델리티 디지털에셋서비스를 통해서도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의 수탁 서비스를 담당할 직원을 선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피델리티는 코인베이스와 협업을 통해 코인베이스에 계좌를 가진 고객이 피델리티 플랫폼을 통해 전통적인 투자자산과 암호화폐의 포트폴리오를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소식통은 피델리티가 정확히 언제쯤 암호화폐 거래소를 설립할지 알 수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1년 정도를 준비 기간으로 잡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미국 자산운용사인 밴엑 어소시에이츠(Van Eck Associates Corp.)와 솔리드X 파트너스가 SEC에 비트코인 ETF 출시를 요구하는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두 회사는 SEC가 우려하는 부분을 감안해 ETF 운용사가 비트코인을 실제로 보유하도록 하고 암호화폐 분실이나 도난시에도 이를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상품을 설계한 뒤 이를 다시 신청한 것이다. 대니얼 H. 갤런시 솔리드X 최고경영자(CEO)는 “그동안 SEC는 비트코인 ETF가 운용사들과는 별개로 운용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을 우려했던 것 같고 우리는 이를 반영해 상품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SEC는 암호화폐시장에서의 높은 가격 변동성과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가격 조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승인을 거부했었다.

에릭 밸커너스 블룸버그인텔리전스 ETF 담당 애널리스트는 “개인적으로는 연내에 SEC가 비트코인 ETF 상장을 승인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이번 ETF 승인 신청으로 인해 비트코인 ETF 허용을 반대해온 이유 중 일부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머지 않아 비트코인 ETF 상장이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