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종오 기자
2013.02.11 15:48:44
공공기관이 은행 대출받아 재임대
보증서로 신용강화..임차료 시세 절반 수준
2억 짜리 전셋집 월 83만원이면 임차 가능
[이데일리 윤도진 박종오 기자]세입자가 전세 임대보증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 없이 시세 절반 수준의 월세만 내고 살 수 있도록 하는 ‘목돈 안 드는 전세’ 상품이 이르면 올 4월께 시판된다. 대한주택보증(대주보) 등 국토해양부 산하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목돈 안 드는 전세의 구조는 임대인(집주인)과 임차인(세입자) 사이에 공공기관이 다리를 놓는 형태다.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내놓은 ‘목돈 안 드는 전세’ 공약은 집주인이 자신이 보유한 주택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고 세입자가 이자를 내는 구조여서 ‘재산세 등 임대인의 세금을 소폭 낮춰주는 수준의 혜택으로는 집주인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자발적으로 대출을 받을 정도의 강력한 인센티브가 없으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대주보 등이 추진하고 있는 목돈 안 드는 전세 사업은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주택사업과 관련된 정부나 지자체 산하 공사 등이 임대차관리자로 개입해 주택 임대인과 임차인의 부담을 동시에 줄여 실효성을 높인 방안이다.
공공기관은 보증기관의 보증 아래 은행에서 전세자금을 대출받아 집주인과 전세 계약을 맺고 집을 빌린 뒤 다시 이 집을 세입자에게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아 대출이자 등 금융비용을 충당한다. 대주보는 주택 공공기관이 집주인에게 지급할 전세자금을 은행에서 조달할 때 일정 요율의 보증수수료를 받고 보증서를 발급한다. 대주보가 보증을 서면 공공기관은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 없이 더 낮은 금리로 전세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LH는 이미 국민주택기금을 재원으로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기존주택 전세임대’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상은 기초수급자와 한부모가족, 저소득 장애자 등이다. 그러나 목돈 안 드는 전세 상품은 시중은행 자금을 활용하는 것이어서 재원에 한계가 없고 수혜 대상도 중위층까지(소득 하위 50% 이하) 넓힐 수 있다.
대주보는 전세보증금 전체 금액의 연 5% 정도를 세입자가 월세로 부담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2억원짜리 전셋집이라면 연 1000만원, 월 83만원 가량의 임차료만 세입자가 부담하면 된다. 전세금이 2억원짜리인 아파트를 월세로 빌리면 평균 월세가 140만~160만원(연 8.4~9.6% ) 라는 점을 감안하면 임차료 부담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는 국민주택기금 근로자·서민 전세자금 대출(현행 연 3.7% 금리)과 비교해 이자 부담이 다소 크다. 그러나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 대출이 재원조달 문제로 부부합산 연소득 40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가 8000만원(전세가격의 70% 이내)까지로 제한되는데 비해 목돈 안드는 전세는 시중은행 자금을 활용하는 것이어서 지원대상과 한도에 제한이 거의 없다. 또 대출을 받는 주체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주택 임대인이나 세입자의 신용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대주보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85㎡) 안팎의 주택을 임차하려는 전세 수요자들까지 이 상품의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권에서도 이 모델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관계기관과 업무 조율만 이뤄지면 사업이 현실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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