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고 미뤘던` 외환銀 달러채 발행했지만..금리는 `쑥`

by김유정 기자
2010.07.08 10:10:01

3월 발행때 대비 110~115bp 높아..유통금리보다도 비싸
유럽투자자 참여 저조도 `한몫`..농협·우리 등도 준비중

[이데일리 김유정 기자] 외환은행(004940)이 5억달러 규모의 5년6개월 만기 달러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국제금융시장 불안감이 확산되며 발행을 수개월 미뤘던 만큼 이번 외환은행 채권 발행 결과에 쏠리는 관심이 컸다.
 
시장상황이 악화된 만큼 연초 공모 달러채를 발행했던 여타 시중은행들과 비교해서 금리가 많이 높아졌다. 지난 3월께 발행했던 시중은행들의 달러채권과 비교하면 무려 110bp 이상 비싸졌다. 최근 유통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은행들의 달러채와 비교해도 50~55bp 가량 비싼 수준에서 발행됐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의 달러채 발행금리는 미국 국채수익률(T)에 325bp를 가산한 수준으로 표면금리 4.875%, 만기수익률 5.018%다. 라이보(런던 은행간 금리·Libor) 6개월 미드스왑 기준으로 274bp를 더한 수준이다. 외환은행은 당초 `T+337.5bp` 수준으로 금리 가이던스를 제시했지만 이보다 소폭 낮은 수준에서 발행금리가 정해졌다.
 
투자자금은 발행규모의 4배 가까운 19억달러가 몰렸다. 외환은행은 미국 시장을 제외한 `레그에스(Reg S)`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유럽과 아시아에서 투자자를 모집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82%, 유럽 18%고, 투자자구성은 자산운용사 53%, 은행 22%, 프라이빗뱅크 23%, 보험사 6%, 기타 6%다.
 
외환은행은 당초 지난 5월 달러채 발행을 염두에 두고 해외 로드쇼를 나가는 등 준비 작업에 착수했지만 남유럽 재정위기와 천안함 사태 등과 맞물리면서 부득이하게 발행을 미뤄왔다.
 
현재 시장상황도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긴 어렵지만 7~8월은 일반적으로 휴가철과 겹쳐 채권발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본격적인 비수기가 시작되기 전 발행 시점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외환은행 달러채 금리는 연초 발행된 시중은행들의 달러채와 비교하면 110bp 이상 높은 수준이다. 지난 3월에 발행된 신한은행의 5년6개월 만기 달러채 금리는 `L+159bp`였고, 하나은행은 `L+163.4bp` 였다.
 
4개월 전과 시장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감안해 현재 유통금리와 비교하더라도 비싸다. 전일(7일) 유통시장에서 거래된 신한·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의 달러채권이 `T+270~275bp`를 기록한데 비해 외환은행의 발행금리는 50~55bp 정도 높다. 
 
이처럼 외환은행의 금리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은 국제금융시장이 악화된 것 외에도 미국투자자들이 참여하지 않은 영향도 크다. 애초 외환은행은 미국투자자들이 참여하지 않는 `레그에스(Reg S)` 방식을 택하고, 로드쇼도 미국을 제외한 홍콩, 싱가포르, 런던 등에서만 실시했다.
 
일반적으로 `레그에스` 방식의 채권발행은 준비 시간과 비용을 아낀다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엔 남유럽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유럽투자자들의 해외채권 투자 참여가 저조해져 오히려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달 수출입은행이 발행한 10년만기 12억5000만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보더라도 미국을 포함한 유럽, 아시아 등 투자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유럽투자자는 10% 밖에 참여하지 않았다. 
 
신용등급도 발행 금리에 영향을 준다. 외환은행의 신용등급은 피치 기준으로 `A-`로 신한·국민은행(A+)보다 한 단계 낮고, S&P 기준 `BBB+`로 국민(A)·신한(A-)·하나(A-) 등보다도 낮다.
 
한편 외환은행에 이어 농협과 우리은행 등이 글로벌본드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농협은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미국과 홍콩, 영국, 싱가포르 등에서 로드쇼를 갖고 발행 시점을 살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