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속 한미 재계 맞손…"美 산업정책 일관성 있어야"
by김응열 기자
2024.12.11 07:00:00
한경협·미국상의, 한미재계회의 총회 개최
트럼프 재집권·비상계엄 사태 속 이목 집중
4대그룹 경영진 총출동…최대 규모 사절단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미국 트럼프 재집권과 한국 비상계엄 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미 재계가 한자리에 모였다. 삼성 등 국내 4대 그룹을 비롯한 경제계 고위 인사들이 총출동해 기술 동맹을 다짐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전략산업에 대한 정책 일관성 유지를 두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11일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한경협과 미국상공회의소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미국상의에서 ‘제35차 한미재계회의 총회’를 개최했다. 한미재계회의 총회를 미국에서 연 것은 5년 만이다.
이번 총회는 개최 전부터 재계 안팎에서 관심이 높았다. 불과 한 달 전 미국 대선에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산업정책 대수술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전략산업인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에 대한 보조금 축소가 현실화할 수 있어, 국내 기업들은 미국 대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 사태까지 터지면서 한미 관계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이번 회의에는 류진 회장 등 한경협 회장단 일부와 국내 4대 그룹을 포함한 역대 최대 규모의 민간사절단이 미국을 찾았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성래은 영원무역 부회장,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윤영조 삼성전자 부사장, 김동욱 현대차 부사장, 손상수 SK아메리카 부사장, 마이클 스미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 대표 등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미한재계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에반 그린버그 처브그룹 회장을 비롯해 미국 대표기업 회장 및 CEO가 다수 함께 했다. 사실상 가장 큰 규모의 한미 간 민간 경제계 회의인 셈이다.
|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미국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제35차 한미재계회의 총회’에서 류진 한경협 회장-한미재계회의 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경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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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 회장은 개회사에서 “그간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들은 비즈니스 환경에 다양한 변화를 예고했다”며 “이 변화의 파도를 넘어서면서 양국 경제계가 더욱 긴밀한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이어 “전 세계 기술 패권을 좌우하는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서 한미 양국의 변함없는 공급망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며 “특히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들은 트럼프 1기 출범 후 지난 7년간 1430억 달러의 대규모 대미 투자를 통해 미국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기술 혁신에 기여해 왔다”고 강조했다. 류 회장은 또 “트럼프 당선인이 강조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조선 방위산업 등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며 양국 간 협력 방안 모색을 주문했다.
그린버그 회장은 “지난 2019년 이후 처음 미국에서 열린 총회에 참석한 한국 사절단을 환영한다”며 “한국은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이자 파트너이고, 강력하고 미래 지향적인 한미 관계의 중심에는 양국 경제인들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미국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제35차 한미재계회의 총회’에서 에반 그린버그 미한재계회의 위원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경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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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의에서는 △혁신 촉진 및 주요 신흥기술 협력 강화 △한국의 바이오테크 허브 도약 전략 △미국 의회가 바라보는 한미 관계 등을 주제로 논의가 이뤄졌다.
미국 현직 의회 상원의원이 참여하는 대담도 이목을 끌었다. 그린버그 회장은 ‘미 의회가 보는 한미 관계’를 주제로 미 상원의원과 댄 설리번(Dan Sullivan) 상원의원과 대담을 통해 양국의 경제협력과 미래 지향적 관계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설리번 의원은 2023년 미 상원에서 최초로 ‘코리아 코커스’를 결성한 창립 회원으로, 한국 관련 사안에 대한 깊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인들은 총회 폐회식에서 공동성명서 승인을 통해 양국 경제계의 입장을 전달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기하급수적인 무역·투자 증가의 뼈대가 됐음을 확인하고, 이에 기반한 친(親)시장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할 것을 촉구했다. 또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생산과 고용, 기술 혁신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양국의 기업 투자가 예측 가능하도록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 2기 들어 산업정책 급변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읽힌다. SMR을 포함한 원자력 산업과 조선업 등에서 협력을 촉진하고 전문직 비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경협 사절단은 이후 미국 주요 인사를 대상으로 아웃리치 활동을 전개한다. 토드 영(Todd Young) 상원의원을 비롯해 아미 베라(Ami Bera) 하원 의원, 마이크 켈리(Mike Kelly) 하원의원 등 코리아 코커스 의원들과의 면담을 연이어 가진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등 싱크탱크들과 대화할 예정이다. 트럼프 1기 고위관료 출신들과 간담회 역시 연다.
김봉만 한경협 국제본부장은 “두 나라가 투자를 지속 확대해 나가려면 관련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데 양국 경제계가 동의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트럼프 2기 경제 협력의 중요성을 미국 의회와 정부에 널리 알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