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마음을 담아"...'시민' 안철수의 靑청원

by박지혜 기자
2021.03.13 15:28:07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시민’으로서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을 올렸다.

안 대표는 13일 오후 페이스북에 “시민 안철수의 ‘신도시 투기 사건’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입니다. 공감하시면 청원동의 해주시기 바랍니다”라며 자신이 올린 청원을 공유했다.

그는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시민 안철수입니다. ‘신도시 투기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안 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마음을 담아 공직자들의 신도시 투기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촉구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청원을 올린 이유에 대해 “제 기억이 맞다면 대통령께서는 현재 제1야당을 대표하는 분과도 만남이나 대화가 없으셨던 것 같다. 저 역시 국민의당 대표 또는 서울시장 후보로서 여러 번 대통령께 호소하고 요청했지만, 메아리가 없었다. 이에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곳에 글을 올렸다. 국민청원에는 반응을 하시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안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살아 있는 권력’에도 공정한 칼날을 들이댔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퇴임하자마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시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이 사퇴 후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비판한 점을 되새기며 “(윤 전 총장이) 엄정한 수사와 고강도 수사를 거듭 촉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정부합동조사단이 발표한 LH 투기 의혹 1차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토교통부와 청와대에서 투기 의심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점을 들어 안 대표는 “정부·여당이 조금이라도 진상 규명에 관심이 있다면, 검찰에 수사를 맡기는 ‘신의 한 수’를 찾아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다면 윤 전 총장이 걱정했던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이 예언이 아니라 현실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또 “이번 사건은 ‘LH 투기 의혹 사건’이 아니라 ‘신도시 투기 사건’”이라고 했다.

그는 “2018~19년 2년간 3기 신도시 지구에서 논밭을 중심으로 일어난 토지 거래(필지 기준)만 해도 약 1만 건, 금액 기준으로는 최소한으로 잡아도 3조~4조 원으로 추정된다”며 “서울에 근접한 수도권 논밭에 빚내서 투자하는 것은 개발에 대한 정보를 이용한 투기성 거래일 확률이 높다. 이 하나의 예마저도 ‘새 발의 피’에 불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간 정부 주도의 수많은 신도시개발 당시의 공무원과 공공부문 관계자들의 집단적 투기 사건들이 수면 아래 거대한 빙산을 이루고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어느 정권에서나 대형 사건이나 사고는 일어난다. 하지만 진상 규명의 과정이 불공정하고 결과가 부정할 때, 그 사건 사고는 의혹 투성이의 ‘게이트’가 된다. 이번 사건은 ‘신도시 투기 게이트’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인 안철수 대표가 지난 12일 오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신도시 투기와 관련 서울 강남구 선릉로 LH서울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LH 투기 의혹에 대해 “조사와 수사를 병행하라”고 지시한 데 대해 조국 법무부 전 장관의 발언을 떠올리기도 했다.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으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이 지난해 6월 두 번째 공판에 출석하면서 “대통령 비서실 소속 특별감찰반은 경찰도 검찰도 아니기 때문에 강제수사 권한이 없다”며 “감찰반은 감찰 대상자의 동의가 있을 때에만 감찰을 진행할 수 있고, 감찰반원의 의사가 무엇이든 간에 대상자 의사에 반하는 강제감찰은 불허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에 따라 “(LH 투기 의혹도) ‘조사’가 아니라 전면적인 ‘수사’를 벌여야 한다. 왼손이 왼손을 자를 수 없다. 국토부의 ‘셀프 조사’, 경찰의 뒷북치기 압수수색은 사건 관계자들에게 증거인멸의 시간만 벌어준 꼴”며 “반부패 수사역량을 축적한 검찰이 나서는 게 백번 옳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검찰 장악을 위해 거칠게 두부모 자르듯 수사권을 조정했기 때문에 (검찰 수사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며 “민주당은 거대 여당의 힘을 남용해 형사소송법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여당 친문 강성파 의원들은 중대수사청을 만들어 검찰에 남은 6대 중대범죄 수사까지 완전히 박탈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재차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못한다면 신도시 투기 사건은 잔챙이들 꼬리만 자르고 봉합하는 희비극이 될 것 같다”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라더니 ‘국민의 재산권과 전쟁’을 벌이면서, 자신들은 전쟁 특수를 누린 결과가 될 것”이라고 불신을 거두지 못했다.

또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이유가 공정과 정의의 공백을 통해 ‘내 편’을 두 발 뻗고 편히 잠잘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신도시 투기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부동산 국가주의’라고 생각한다”며 “현 정부·여당과 전임 서울시장은 ‘공공은 선, 민간은 악’이라는 반(反)시장적 이분법 이념의 포로였다. ‘공공주도’로 절대권력을 쥐게 된 공공 분야가 절대부패로 이어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절대부패를 외과수술 식으로 정확하게 도려내지 않으면 망국의 암 덩어리가 될 것이다. 수술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국가기관은 현재 검찰 외에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이 예뻐서가 아니다. 절망에 빠진 국민, 특히 평생 노력해도 집 한 채 살 수 없는 대한민국 미래세대에게 조금이라도 ‘공정이 살아있는 대한민국’에 대한 희망의 끈을 이어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신도시 투기 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검찰 수사와 처벌,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번 보궐선거뿐 아니라 내년 대선에서 부동산 참사와 공정의 훼손을 자행한 이 정권의 무능과 위선은 국민들의 분노라는 해일에 쓸려갈 것”이라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안 대표가 올린 이 청원은 그가 페이스북에 공유한 지 1시간 만에 2575명의 동의를 얻었다. 사전동의 100명 이상이 되어 청원 관리자가 전체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