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철의 성공창업 노하우](15)고객 눈으로 바라보라…‘디자인 씽킹’

by박철근 기자
2020.10.16 08:30:00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선임부장·경영학박사 신기철]

건강검진센터의 영상검사실 앞에서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건강검진 신청시 컴퓨터단층촬영(CT)을 신청했는데 자가공명영상(MRI) 검사실로 안내받았다. 검진센터에서는 비용차이가 없다며 MRI 검사를 권했다. 그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는 처음 신청했던 CT를 선택했다. 과거 MRI 검사할 때 느꼈던 공포감 때문이었다. 하물며 어린아이들은 어떻겠는가.

GE 헬스케어팀은 첨단 의료시스템인 MRI 개발로 산업디자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검사기기 속에서 두려워 떠는 어린이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검사 도중 움직이는 바람에 수면제를 투여하고 시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GE는 고심 끝에 MRI 기기 내부를 해적선 모양으로 디자인했다. 어린이가 들어가면 항해 장면이 저절로 뜨도록 했다. 아이들은 기기 안에서 정글과 바다로 탐험을 하는 것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검진을 마쳤다. 소아환자의 검사거부는 줄었고 만족도는 높아졌다. 고객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기회가 보인다.

디자인이 제품 외양을 상징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모든 것에 적용하고 있다.

특히 기업의 핵심적인 업무에 적용한다. 제품 기획, 제품 개발, 마케팅, 그리고 서비스 등 모든 과정에 걸쳐 디자이너의 감수성과 사고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게 바로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다.

디자인 씽킹의 특징은 고객의 경험과 공감에서 출발한다. 고객 입장을 먼저 생각하기에 고객의 숨겨진 욕구를 찾아 차별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그래서 새로운 관점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도가 높다. 기업에서는 고객의 니즈 혹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니즈 발굴을 통한 사업아이템 검증과 혁신프로세스를 지속하게 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임브레이스 인펀트 워머’는 디자인 씽킹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지구촌에는 매년 2000만명의 조산아가 출생하고 400만명이 사망한다. 사망 이유는 저체온증이다.



치료하기 위해서는 2만달러의 고가 장비인 인큐베이터가 필요했다. 외딴 지역 산모를 위해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저비용 인큐베이터인 ‘임브레이스 인펀트 워머’가 개발됐다. 새로운 관점에서 적정기술을 활용해 외딴 지역의 아기들을 죽음에서 구출할 수 있었다.

에어비앤비도 사업초기 디자인 씽킹을 적용했다.

에어비앤비 웹사이트를 고객입장에서 살펴보고 숙소를 이용하고 싶을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객실 사진의 품질이 좋지 않다는 점을 발견하고 숙소 주인들과 의견과 정보를 나누었다. 기존 이미지를 아름답고 해상도 높은 사진으로 바꿔 올리자 수입은 두 배로 늘었다. 에어비앤비는 디자인 씽킹의 절차를 그대로 따랐다.

디자인 씽킹은 ‘공감→정의→발상→시제품 제작→테스트’ 등 다섯단계의 프로세스를 거친다.

공감단계에서는 관찰, 대화 등을 통해 고객의 불편함을 파악한다. 공감을 할 수 있어야 설득을 할 수 있다.

문제정의 단계는 공감에서 획득한 통찰로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수렴적 사고단계다. 문제가 발생한 근본 원인과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를 파악한다.

발상단계에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고객에게 적합한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창의성과 문제해결의 시너지가 중요하다. 이후 시제품을 제작하고 고객의 검증을 받는 테스트 단계가 있다.

디자인 씽킹은 기술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비즈니스가 복잡해지면서 최근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

복잡성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기술적 통합, 사용자 경험과 편리성 추구, 그리고 의료 시스템 같은 문제 자체의 다면성 등이 그것이다. 디자인씽킹을 통해 이 같은 근본원인을 해결할 수 있다. 고객가치와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최근의 경영환경도 디자인 씽킹을 활용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