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부가 불탔다" 예술인에게 영감 준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by이윤정 기자
2019.04.16 08:01:21

프랑스 상징이자 최대 관광명소
화재로 지붕·첨탑 무너져…완전붕괴는 면해

화염에 휩싸인 노트르담 대성당(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많은 문화·예술인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됐던 노트르담 대성당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파리시와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오후 6시 50분께 파리 구도심 센 강변의 시테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 쪽에서 시커먼 연기와 함께 불길이 솟구쳤다. 이번 화재로 지붕과 첨탑이 무너졌지만, 완전 붕괴는 면할 것으로 보인다고 프랑스 소방당국은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현장 이동 전에 트위터를 통해 “매우 슬프다. 우리의 일부가 불탔다”고 밝혔다.

노트르담 대 성당은 빅토르 위고가 1831년 쓴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의 무대로도 유명하다. 15세기 프랑스 사회상을 그려낸 소설은 극심한 빈부격차와 교회의 타락, 지배계급의 위선과 대비되는 종지기 콰지모도의 순수한 사랑을 그렸다. 소설에선 노트르담 자체가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일 정도로 중요한 상징으로 쓰였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프랑스 대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국내에서도 누적관객 100만명을 넘겼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1163년 공사를 시작해 100여년에 걸쳐 완성된 노트르담 대성당은 중세부터 근대, 현대까지 프랑스 역사가 숨 쉬는 장소이기도 하다. 매년 천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는 최대 관광명소로도 잘 알려져있다.

노트르담은 프랑스 고딕건축 양식의 절정을 보여준다. 외부의 균형잡힌 구조와 다채로운 조각상, 내부의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는 극한의 아름다움과 예술성을 뽐낸다. 그중에서도 내부의 ‘장미 창’으로 불리는 스테인드글라스 세 개가 가장 유명하다. 수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종과 파이프오르간도 노트르담의 보물로 꼽힌다.

명칭 노트르담은 ‘우리의 여인’ 즉, 가톨릭의 성모 마리아를 뜻한다. 역사적으로 혁명 이전까지 가톨릭국가 프랑스의 정신적 지주인 동시에 정치의 중심이었다. 프랑스와 영국 왕실의 주요한 의식이 이곳에서 진행됐다.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5세·메리 여왕 등 영국과 프랑스 왕가의 결혼식이 열렸고, 1804년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대관식이 거행됐다. 프랑스의 구국 영웅 ‘잔 다르크’가 처형된 후 재심 재판이 열리기도 했다.

유네스코는 노트르담과 주변 지역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해 1991년 센강변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했다. 860년 역사에서 숱한 전쟁과 혁명을 거치면서도 건재했던 노트르담은 이날의 화재로 큰 상처를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