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배나 비싼 외제 보청기, 성능은 '꼴찌'

by최훈길 기자
2016.07.24 12:00:00

공정위 의뢰 소비자단체, 국내·외 7개 제품 성능평가
스타키·포낙·지멘스, 최대 11배나 비싸
배터리 시간·잡음 시험서 후순위, 국산에 밀려
"'품질 불만' 피해상담 증가, 각별한 주의 필요"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국산보다 비싼 외국산 보청기가 성능은 국산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사)소비자시민모임이 공정거래위원회 의뢰를 받아 귀걸이형 보청기 7개 제품의 성능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스위스·미국·독일 브랜드 제품의 가격이 최대 11배나 비쌌지만 보청기 전지수명 시간, 잡음 시험에서 최저치나 후순위 평가를 받았다.

스타키코리아(스위스·모델명 Starkey Ignite 20 Power Plus), 포낙(미국·Baseo Q15-SP), 지멘스(독일·Intuis) 제품은 홈페이지 등에 표시된 판매가가 각각 180만원에 달했다. 이는 리오네트(일본·HB-23P) 제품의 판매가(19만원), 딜라이트(한국·Delight-B2·34만원), 대한보청기(한국·STAGE ISG273-V·120만원), 오티콘코리아(덴마크·Get, BTE P 13 STG·170만원) 제품보다 비싼 가격이다.

실제 구매가를 비교해도 스타키(162만원)·포낙(150만원)·지멘스(100만원) 제품이 리오네트(14만2900원), 딜라이트(34만원), 대한보청기(60만원)보다 최대 11배나 비쌌다.

그러나 가격 대비 성능은 신통치 않았다. ‘보청기 전지의 사용시간’ 시험 결과 스타키 제품은 최저치(135.42시간)를 기록했다. 딜라이트 제품이 최대치(413.33시간)를 기록했고 지멘스(407.89시간), 대한보청기(369.05시간) 순이었다. 포낙 제품은 271.93시간에 그쳤다.



보청기 잡음을 측정하는 등가입력잡음레벨 항목 시험 결과 스타키 제품의 잡음(27.4dB)이 가장 심했다. 딜라이트 제품의 잡음(13.4dB)이 가장 적었고 포낙(14dB), 오티콘(17.2dB) 순이었다. 지멘스 제품은 잡음이 18.8dB를 기록, 4위로 밀려났다.

최대출력음압레벨, 전자파 안전 등 나머지 시험 항목에서는 제품별로 뚜렷한 성능 차이가 없었다. 7개 제품 모두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에 따른 성능기준과 비교해 적합 판정을 받았다. 다만 지멘스 제품은 의료기기법에 정한 제조번호·일자 등 제품 표시사항을 모두 누락했고 딜라이트·대한보청기 제품에도 일부 사항이 없었다.

소비자단체에서는 보청기에 대한 소비자피해 상담이 늘고 있어 구매 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관련 소비자 상담(1372) 건수는 2013년 336건에서 2015년 412건으로 증가했고 ‘품질 불만’ 사유가 2014년 58.7%, 지난해 35%에 달했다. 윤명 사무총장은 “보청기는 가격부담이 큰 제품임에도 성능·품질 관련 정보 제공이 미흡하다”며 “종합적인 사양을 고려해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 전문은 소비자시민모임 ‘소비자리포트’ 홈페이지(www.consumerskorea.org), 공정위 ‘스마트컨슈머’ 홈페이지(www.smartconsumer.go.kr)에서 볼 수 있다.

시험 대상 7개 제품 중에서 스타키코리아 브랜드 제품 구입가가 리오네트 제품보다 11배나 비쌌다. 홈페이지나 대리점 등에 표시된 가격과 실제 구매한 가격의 차이도 컸다. (출처=소비자시민모임)
보청기 전지 수명시간은 딜라이트 제품이 가장 길었고 스타키 제품이 가장 짧았다. (출처=소비자시민모임)
보청기 잡음은 딜라이트 제품이 가장 적었고 스타키 제품이 가장 많았다. 등가입력잡음 레벨(dB)이 낮을수록 보청기에서 발생하는 잡음이 적다.(출처=소비자시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