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권소현 기자
2016.07.10 11:48:32
총격사건 라이브로 전달되며 흑인 분노 자극
인종갈등 일파만파 퍼져
SNS의 윤리적 기능을 두고 논란 가열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최근 미국 경찰의 인종차별적 대응에 대한 흑인의 분노를 촉발한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였다. 차 안에서 피를 흘리면서 죽어가는 남자친구의 모습을 담은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이 흑인들을 분노케 한 것이다.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흑인들이 경찰을 저격해 12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인종갈등 양상이 격화된 가운데 계기를 만들어준 수단인 페이스북도 유탄을 맞았다.
미국 총격사건이 라이브로 전달되면서 소셜미디어의 윤리적 기능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6일 미네소타 주에서 필랜도 캐스틸이라는 흑인 남성이 교통검문 중 경찰관이 쏜 총에 맞은 뒤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차에 동승했던 여자친구 다이아몬드 레이놀즈가 차 안에서 피를 흘리면서 죽어가는 캐스틸의 모습을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세상에 알렸고 흑인들의 분노를 촉발했다. 이 영상에는 총을 겨누고 고함을 지르면서 욕설을 퍼붓는 경찰관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인종차별적 대응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앞서 5일에는 루이지애나 주 배턴루지의 한 편의점 근처에서 CD를 팔던 흑인 남성 앨턴 스털링이 경관 2명에게 제지를 받던 과정에서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역시 지나가던 행인이 휴대전화로 동영상으로 찍어 올리면서 알려졌다.
캐스틸 동영상이 퍼진지 이틀 만에 댈러스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이곳에서 경찰관을 저격한 사건도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퍼졌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레이놀즈가 올린 동영상에 대해 “너무 생생해 가슴이 아프다”며 “라이브 서비스는 수백만명의 사회 구성원이 매일 겪고 있는 두려움을 조명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레이놀즈의 것과 같은 동영상이 다시 있어서는 안된다”며 “더 열려 있으면서도 연결된 세상을 구축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갈 길이 얼마나 더 먼지를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저커버그 CEO는 올해 페이스북 라이브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상당히 공을 들였다. 직접 페이스북 본사 자신의 사무실에서 라이브를 통해 사용자와 투자자들과 의견을 나누기도 했고, 가상현실(VR) 등 새로운 서비스를 소개하기도 했다.
라이브 사용자는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강력한 소셜네트워크 수단으로 떠올랐다. 과거 사진이나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올려서 공유했던 것에 비해 라이브 서비스는 더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 차 뒷좌석에서 4살 아이를 데리고 있었던 레이놀즈 역시 라이브를 통해 누구든 빨리 와서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편집이나 가치판단을 통해 거르는 기능 없이 각종 동영상이 실시간으로 유통되면서 문제도 양산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한 것으로 알려진 라로시 아발라가 프랑스 파리 외곽에서 경찰관 부부를 살해한 현장을 담은 동영상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전달해 충격을 줬다.
페이스북은 최근 뉴스서비스인 ‘트렌드 토픽’을 제공하면서 기사 선정을 조작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트렌드를 찾아서 뉴스를 보여준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12명으로 구성된 편집자들이 이를 토대로 주목할만한 기사를 선별해 제공하는 것으로 확인됐고 이 과정에서 일부 보수성향 기사들이 제외됐다는 비난이 일었다.
저널리즘 전문가인 제프 자비스는 “페이스북이 플랫폼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언론인뿐 아니라 시민들도 이전에 없었던 방식으로 사건을 더 많이 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