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두산)⑧"독주 원샷하면 계약하겠소"

by정재웅 기자
2009.10.30 09:39:17

(인터뷰)김동철 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
"中시장 성장세 지속..美·유럽시장도 회복 기대"
"밥캣 시너지 등 '두산인프라'브랜드 글로벌화 노력"

[이데일리 정재웅기자] "여기에 놓인 이 술을 한번에 다 마시면 계약하겠습니다"

박한철 두산인프라코어 시안(西安) 지사장 앞에는 두 개의 커다란 글래스 잔이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독하기로 유명한 중국 백주(白酒)가 가득 차 있었다.

열악한 중국시장을 뚫느라 일년의 절반을 중국에서 구른 탓에 그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그로인해 얻은 신장염으로 매일 한약을 달고 살던 그였다. 계약처의 농반진반 섞인 제의인 줄은 알았지만 거절할 수는 없었다.

'을(乙)'의 입장이다. '중국에 우리 굴삭기만 팔 수 있다면..'. 결국 그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원샷'을 했다. 잔을 내려놓자마자 외쳤다. "이제 사인 하시죠".

놀란 상대방이 얼른 계약서에 사인을 해 건네줬다.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후 기억은 없다. 다만 이틀간 숙소에서 아픈 배를 움켜쥐고 뒹굴었다는 기억밖에는.

김동철 두산인프라코어(042670) 부사장은 지난 93년 처음 중국을 처음 개척할 때의 이야기를 해달라는 요청에 말 없이 창가쪽만 쳐다봤다. 만감이 교차하는 모양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김 부사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때는 참 너무 힘들고 어려웠어요".

▲ 김동철 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 그는 중국시장을 발판으로 세계로 도약하는 두산인프라코어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한 마디 속에는 그간의 회한이 묻어있는 듯 했다. 김 부사장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시장 개척의 산 증인이다. 박 지사장의 이야기를 꺼내면서도 그의 눈은 자꾸만 과거를 향해 치달았다. 그리고는 "자꾸 옛날 생각나네"를 반복했다.

그는 "박 부장 같은 사람들이 한·중 수교 이후 총 6명이 중국에 파견됐다. 나름대로 중국어 교육도 1년간 받고 간 사람들이었지만 막상 현지에서 맞닥뜨린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김 부사장은 "무엇보다도 중국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면서 "한국의 자동차는 조금 알고 있지만 굴삭기도 만드는 줄은 전혀 모르고 있어 참 애를 많이 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일본 제품과 캐터필라 같은 제품을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만은 충분히 있었다"며 "지역별로 전화번호부를 뒤져 건설회사란 건설회사는 모두 직접 찾아다녔고 밥먹다가 덤프트럭만 지나가도 먹던 밥 팽개치고 쫓아가 세일즈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두산인프라코어는 현재 중국 굴삭기 시장 점유율 16%(2009년 9월 기준)로 중국 건설기계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15년간 발로 뛴 결과다. 아울러 중국 옌타이 공장을 비롯한 3개의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실로 보따리상으로 시작해 거부(巨富)가 된 셈이다.

김 부사장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일단 양질의 대리상(代理商) 확보가 중요했다"며 "회사 사장의 마인드도 괜찮고 해당 지역에서 기계장비를 팔아 본 경험이 있는 사람 위주로 엄선해서 뽑았다"고 말했다.



엄선된 대리상을 통한 두산인프라코어의 판매 확대 전략은 큰 성공을 거뒀다. 마침 불어닥친 중국 건설시장의 호황과 고객의 니즈에 맞는 품질과 합리적 가격이라는 두산인프라코어만의 아이템이 상승효과를 낸 것이다.

그는 "당시 회사직원 10여 명을 두고 일년에 20~24대를 판매하던 대리상들이 지금은 약 200여 명의 종업원을 두고 일년에만 약 500대를 판매하고 있다"면서 "그들의 강점은 '두산의 성장=대리상의 성장, 두산의 발전=대리상의 발전'이라는 공식이 확고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건설기계의 특징상 철저한 AS는 필수적인 요소"라며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의 AS는 다른 경쟁사들도 놀랄만큼 탁월하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두산인프라코어는 현재 중국시장에서 'SAN150'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SAN(Service Assuarance Network)150은 반경 150㎞ 이내의 장비는 해당 AS센터가 24시간 이내에 커버토록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줄여 조만간 'SAN100' 전략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SAN150 전략의 고객 만족률은 97%에 달한다"며 "향후에는 SAN100전략으로 전환함과 동시에 시간도 24시간에서 12시간 이내로 줄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시장 전망에 대해 그는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4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이후 시장 사정은 확실히 나아졌다"면서 "올들어 지난 9월까지는 전년대비 9% 가량 성장한 상태이며 특별한 사안이 없는 한, 내년까지 이런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오는 2012년 교체되는 중국정부가 그 이전에 청사진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고 그때쯤이면 중국 뿐만 아니라 지금 침체기를 겪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 시장도 살아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밥캣과 관련해선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중국시장에서 밥캣의 제품을 많이 알려내고 싶다"며 "현재 두산인프라코어가 하고 있는 제품과 세그먼트가 다르지만 상호간 시너지를 통해 중국 시장에 알려지도록 할 것이며 곧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향후 포부에 대해 물었다. 김 부사장은 "현재 중국에서 진행중인 사업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잘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면서 "옌타이 공장과 작년에 완공한 로더 공장, 현재 소주(蘇州)에서 진행중인 소형건설장비 공장이 원활히 되면 중국 수요는 충분히 커버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중국에 와서 굴삭기 등 건설기계장비에 대해 물을 때, 중국 어디서나 '두산'을 꼽도록 하는 것이 내 꿈"이라고 말했다.
 
"가능하겠죠?"라고 묻자 그가 주저없이 말했다. "내가 못하면 내 후배들이 반드시 해낼 겁니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