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뉴프론티어)"A증시 상장, 우리도 할 수 있다"

by조용만 기자
2009.09.21 10:15:00

상하이 `국제금융허브` 육성..금융시장·시스템도 큰 변화
한국계 투자기업 A증시 상장필요성 증가 `밸류에이션 매력`
"30~40개 기업 A증시 상장규정 충족..중견기업들 높은 관심


[상하이=이데일리 조용만 특파원] "세계 최대의 IPO 시장을 바로 옆에 두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진입해 볼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지금은 사정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중국에 일찍 진출해 터를 잡은 한국계 우량기업들이 이제는 중국 A증시 상장을 검토할 시기가 됐다고 봅니다"

▲ `한국계 투자기업 A증시 상장 컨퍼런스` 준비중인 이석원 사장과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잠깐 포즈를 취했다
내달 열릴 A증시 상장 컨퍼런스 준비로 바쁜 우상투자자문의 이석원 사장(, 가운데)은 "중국 시장의 변화에 맞춰 한국계 기업들이 자금조달 측면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집중 육성방안을 통해 상하이를 2020년까지 세계적 금융·물류 중심지로 키울 것"(3월25일, 국무원 업무보고) ▲"해외투자자의 상하이 금융시장 참여를 확대하고, 해외기업의 위안화 채권과 A주 발행을 적절한 시기에 추진할 것"(5월11일, 상하이시정부) ▲"외국기업이 내년 상하이 증권거래소를 통해 A주식을 상장하게 될 것이며, 이는 국제 금융허브를 위한 장기계획의 일부"(8월7일, 투광샤오(屠光紹) 상하이시 부시장)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 요즘 변화로 분주하다. 올림픽과 더불어 국가적 대사로 자리매김한 2010 엑스포를 앞두고 뜯고, 고치고, 외관을 정비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소리나진 않지만, 앞으로 훨씬 더 중요한 의미로 다가올 변화들은 자본시장과 금융시스템 쪽에서 전개되고 있다.

금융.물류 중심 자리를 놓고 베이징과 톈진 등 중국 대도시간 경쟁이 치열했지만 지난 3월 중앙정부는 처음으로 공식문건을 통해 국가전략 차원에서 상하이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했다. 선두주자들이 금융위기라는 낭패를 만나 글로벌 판도가 바뀌어 가는 상황. 기존에 경쟁력을 갖춘 선수를 집중 육성, 뉴욕과 런던을 능가하는 차기 주자로 내세우겠다는 복안이다.

중앙과 상하이시정부는 일사분란하게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있다. 위안화 국제화의 첫 단추인 무역결제가 상하이와 광동성 4개시에서 시범 실시되고 있고, 외국기업에 대한 A증시 개방과 중국판 나스닥인 차스닥(창업판) 개장 등 시장이 주목하는 변화는 상하이를 포함한 중국 양대 증시에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이석원 사장은 변화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상하이에서 시장만 쳐다보고 산 세월이 10년을 훌쩍 넘겼다. 한중수교 첫해인 1992년, 중국에 첫발을 디딘 대우증권 상하이사무소장으로 인연을 맺었다. 한국계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B주식 발행업무 해외주간사를 맡기도 했고, 2007~08년 중국증시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시절엔 당국의 액션과 시장의 리액션, 그리고 피드백까지 속속들이 지켜봤다.

2007년 미국을 뛰어넘어 세계 최대의 IPO(기업공개)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중국. 만리장성 수준의 벽을 쌓아놨던 중국이 슬그머니 빗장을 풀고 외국기업에 러브콜을 던지기 시작했다. 국제적 금융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행보외에, 금융위기 이후 급감하는 외국인투자를 계속 방치할 수는 없다는 절박감도 태도변화를 불러온 배경중 하나.



이 사장은 중국의 변화가 본토에 진출한 수많은 한국계 기업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륙에 정착한 한국계 기업들이 중국 A증시에서 IPO를 통해 자본을 조달, 이를 투자와 R&D(연구개발)에 투입하고, 높아진 기업가치가 주가에 반영되면 기업과 투자자가 윈윈하는 메커니즘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지난해 곤두박질쳤던 주가는 올들어 경제회복과 함께 활기를 찾아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메리트도 갖췄다. 이 사장은 "한국계 기업이 A증시 상장할 경우 발행 주가수익비율(PER) 30배를 웃도는 양호한 조건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위력을 떨칠 중국의 자본시장을 미리 파고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큰 흐름에서 변화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한국계 기업들이 중국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과거에 고정돼 있다는 것도 문제. 이 사장은 "많은 한국계 투자기업들이 한국을 포함한 외국계 기업의 A증시 상장허가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여기고 있지만 상하이 증권거래소를 포함한 유관기관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우량한 외국계 투자기업의 상장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요건은 안되지만 장기적으로 중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싶은 기업이라면 A주 상장을 염두에 두고, 시장상황과 관련 규정들을 알아둘 필요성은 분명해 보였다.


이 사장은 밖으로는 그동안 축적된 네트워크를 가동하고, 안으로는 직원들을 독려해 새로운 기회를 현실로 만드는 준비작업에 나섰다. 상하이 증권거래소, 대형증권사들과 접촉하고, 상장관련 규정과 기업들의 실적·재무상황 등을 조사해보니 적잖은 한국계 기업들이 중국A증시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이 사장은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계 투자기업이 4만개에 달하는데 이중 A증시 상장규정을 충족시키는 업체가 화동지역에만 30~40군데는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우상투자자문은 오는 10월16일 상하이 밀레니엄 호텔에서 열리는 `한국계 투자기업 A증시 상장 컨퍼런스`를 통해 새로운 시장 공략기회를 소개할 계획이다. 


행사에서는 상하이증권거래소의 부이사장이 외국계 기업의 상장과 관련, 중국측 정책과 입장을 설명하고, 공동 주최기관인 국태군안증권에서 최근의 IPO 현황과 기존에 상장된 외국계 기업의 케이스 분석 사례를 소개한다.


그동안 중국에서 진행된 IPO 관련 행사는 중국 기업들을 한국 시장에 상장시키기 위한 것이 대부분. 이번 행사를 통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계 투자기업이 생산과 소비 뿐아니라 자본조달까지 현지화함으로써 새로운 시장과 사업확장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겠다는 것이 이 사장의 생각이다.

한국계 기업들의 반응도 긍정적. 참가기업 섭외를 맡은 우상투자자문 김재현 차장은 "아직 상장조건을 구비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지만 기존에 국내외 상장을 검토했거나, 일정한 규모를 갖춘 중견기업들은 A주 상장에 상당한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과 금호타이어, 베이직하우스, 현대중공업, 코오롱 등 중국에서 뿌리를 내려온 다수의 기업이 컨퍼런스에 참여할 것으로 주최측은 예상하고 있다.

<중국 증시 메인보드와 차스닥 상장조건 비교> 

상장조건

차스닥

Main Board

수익성

*조건1: 최근 2년간 흑자지속, 누계 순이익 RMB 1,000만 이상, 순이익 지속적인 증가 추세

*조건2: 최근 1년 순이익 RMB 500만 이상,

       최근 1년 매출액 RMB 5,000만 이상,

       2년간 매출액 증가율 30% 이상

최근 3년 흑자 지속, 누적 규모가 RMB 3,000만 이상

최근 3년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누계가 RMB 5,000만 이상 또는 최근 3년 매출액 누계가 RMB 3억 초과

자산

최근 회계년도 순자산 RMB 2,000만 이상,

IPO 후 납입자본금 RMB 3,000만 이상

IPO 전 납입자본금 RMB 3,000만 이상,

IPO 후 납입자본금 RMB 5,000만 이상

주요사업집중

상장사가 경영상의 자원을 단일사업에 집중해야 하며 IPO 모집자금은 주요 사업분야에만 투자가능

IPO 모집자금은 주요 사업분야에만 투자 사용할 수 있음

기업지배구조

Main Board 상장사와 동일한 기업지배구조를 확립하여야 하고, 이사회 산하에 회계감사위원회를 설립하고, 사외이사 직능을 강화하고, 지배주주의 책임을 명확히 하여야 함

관련규정에 따라, 주주총회, 이사회, 감사회, 사외이사와 이사회 비서제도를 수립하여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