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인터뷰)손성원 LA한미은행장 내정자

by안근모 기자
2004.11.12 10:11:11

"성공하려면 잠재력 인정해줄 인맥을 가꿔라"

[뉴욕=edaily 안근모특파원] 미국 경제를 가장 정확하게 분석하고 예견하는 정상급의 경제분석가를 꼽을때 빠지지 않는 한국인이 있다. 웰스파고은행의 부행장이자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손성원 박사다. 수십년간 월가에서 뼈가 굵은 그가 내년부터는 은행 최고경영자(CEO)로 새로운 길을 걷게 됐다. 손 박사가 이끌 은행은 미국내에서 한국계로는 가장 큰 한미은행(Hanmi Finacial Corp.). 총자산이 30억달러에 달해 로스엔젤레스 지역에서 5위, 캘리포니아주에서는 10위권에 드는 중견은행이다. 씨티은행과 합병한 한미은행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은행이다. 손성원 한미은행 내정자는 11일(현지시각) edaily와의 인터뷰에서 "5,6년간의 임기내에 주당 순이익(EPS)을 네배로 끌어 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에서처럼 2,3년의 짧은 은행장 임기만으로는 은행의 잠재력을 그만큼이나 발현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손 내정자처럼 `잘 나가는` 금융인이 되고자 꿈꾸는 후배들에게 전해줄 조언을 구하자 그는 "월가에서든 한국에서든 자신의 잠재력을 인정해줄 인맥을 가꿔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잠재력(potential)`이라는 말을 여러차례 사용했다. 그가 한미은행을 선택한 것도 `잠재력`을 봤기 때문이었다. 아직까지는 웰스파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손 내정자는 "달러화 약세와 원화가치 강세는 계속될 것"이라면서 "수출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만큼, 정부는 대규모 재정확대 정책을 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은행장 임기 2,3년으로는 능력발휘 못해" "돈을 더 벌려고 한미은행장 자리로 가려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비교적 작은 은행이지만 잠재력이 충분해서 한 번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성원 한미은행장 내정자가 가장 큰 목표로 제시한 것은 은행의 수익성이다. 주당순이익(EPS)을 임기내에 네배로 높여 놓겠다는 것. 은행의 규모를 키우는 것도 중요한 목표중 하나이지만, 수익성이 없는 대형화는 의미가 없다는게 손 내정자의 말이다.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한미은행의 주당순이익은 지금도 1.6달러 수준에 달하며, 주가도 36달러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손 내정자는 "한국에서처럼 은행장의 임기가 2,3년 밖에 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짧은 임기만이 보장된 은행장이라면, 단기적인 성적을 올리려고만 할 것이고, 기껏해봐야 비용을 줄이는 수 밖에 쓸 수 없다는 것. 그는 "그렇게 하기 위해서 미국의 모든 생활기반을 버리고 한국으로 갈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초까지만 해도 국민은행장 후보중 한 명으로 거명됐었다. "성공하려면 인맥을 잘 가꿔야" "미국에 와서 처음부터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일도 열심히 했습니다. 한국사람 특유의 자부심이나 긍지 그런 것 있지 않습니까? 저도 한국사람이니까 긍지를 갖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것이 습관이 되니까 차츰 제 능력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그의 성공비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능력과 노력 모두 중요하지만,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기회는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의 능력과 잠재력을 인정해서 끌어줄 수 있는 사람을 가꿔야 합니다. 파벌이나 아부 같은 것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잠재력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잘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월가에서 성공하기까지 네 다섯명의 `끌어주는 사람`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1970년대 체이스맨해튼은행장이었던 데이비드 록펠러. "제가 백악관에서 일할때 한 달에 한 두 번씩 월가와 접촉했습니다." 광주일고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플로리다주립대를 마치고 하버드대 MBA와 피츠버그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73년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서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었다. "시장의 의견과 생각을 듣고 정리해 정책결정에 참고토록 하는 것이 당시 제 임무중 하나였죠. 그 때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 중 한 명이 록펠러 행장입니다. 그 분이 제 능력을 인정해서 저를 지금의 웰스파고은행에 추천했습니다." 이후 30년동안 손 내정자는 웰스파고에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2001년 그는 블룸버그로부터 `가장 정확한 경제 예측가`로 선정됐고, 2002년에는 블루칩으로부터도 `가장 정확한 경제예측가`로 뽑혔다. 그는 미네소타주 최대 언론사인 스타 트리뷴이 꼽은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의 미네소타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는 "처음부터 큰 꿈을 가지고 큰 조직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래야 더 많이 배울 수 있다는 것. 월스트리트 생활을 웰스파고와 같은 대형은행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좀 더 수월했다는, 그의 경험에 기초한 조언이다. 큰 곳에서 작은 곳으로 가기는 쉽지만, 작은 곳에서 큰 곳으로 옮기기란, 적어도 월가에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 "원화강세 지속..대규모 재정적책 펼쳐야" 손 내정자는 이미 벌써부터 `한국형 뉴딜정책`을 주창한 인물이다. 재정부양 정책을 쓰려면 아주 강도높게 확실하게 써야 한다는 것. 그는 미적미적 소극적인 재정부양에 나섰다가는 일본처럼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달러화 가치는 계속 내려갈 것으로 보입니다. 엔화는 정부개입으로 크게 못올랐기 때문에 더 오를 것입니다. 원화는 엔화와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역시 더 상승할 것입니다. 내수가 안좋은 한국경제가 내년에는 수출도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뉴딜정책을 펴야 합니다. 그러자면 돈이 들지만, 안하면 더 큰 손해가 생깁니다. 한국은 재정상태가 좋기 때문에 크게 쓸 여력이 있습니다. 대대적인 재정부양책은 세가지 방면에서 동시에 쓰는게 좋습니다. 지출을 크게 늘리는 한편으로 세금을 깎아주고, 중소기업이 돈을 잘 빌릴 수 있도록 신용지원을 해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