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반군, 중·러 제외한 모든 선박을 위협…국제물류비용↑

by정다슬 기자
2024.10.04 06:58:25

지난 2월부터 그리스 상선 등 대상으로 이메일 보내
이스라엘 항구에 정박하는 상선들 대상으로 하는 등
상선들, 이스라엘회사와 거래 중단·홍해 우회 등으로 대응
홍해 지역 보험료도 급등…일부 보험상품은 ''중단''되기도

홍해 호데이다 해안에서 그리스소유의 유조선 수니온이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아 연기와 불길에 휩싸여있다. (사진=아스피데스 제공/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예멘의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미국·영국 선박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항구에 정박하는 선박 대다수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단, 중국과 러시아 선박은 제외하고다. 지중해와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주요 해상경로인 홍해를 건너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국제 물류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다.

로이터 통신은 3일(현지시간) 지난 2월부터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과 거의 상관이 없는 민간 상선에 대해서도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이 상업선박 운영자간 연락을 담당하기 위해 지난 2월 설립한 인도주의활동조정센터(HOCC)의 이름으로, 그리스 상업선박을 공격대상으로 지정한 이메일이 발송되고 있는 것.

후티 반군의 이메일에는 그리스 선박이 이스라엘 항구에 정박해 후티 반군이 부과한 통과 금지 조치를 위반했으며 “예멘군은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모든 지역에서 이 선박을 직접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또 해당 선박이 “금지 기준을 계속 위반하고 이스라엘이 권력을 찬탈한 항구에 입항할 경우” 해당 회사의 전체 함대에 “제재”를 가할 것이란 경고도 담겨 있었다.

로이터가 확인한 결과, 후티 반군은 지난 2월부터 그리스 선박회사 등을 향해 이메일을 보냈다. 초기에는 후티 반군이 특정 선박에 대해 홍해 항해 금지 조치를 취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고, 5월부터는 ‘공격하겠다’는 선포가 담겨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6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최소 6개 그리스 선박회사에 12개가 넘는 이메일이 발송됐다.

로이터는 이같은 이메일 내용이 후티 반군의 전술 변화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편지를 받은 해운회사 중 하나는 홍해 항로를 이용하기 위해 이스라엘과의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리스 해운회사인 콘벌크(Conbulk)는 선박이 8월 2번 후티반군의 공격을 받은 후, 홍해 항해를 중단했다. 독일의 컨테이너 운송그룹 레온하르트앤블럼버그는 홍해와 아덴만 지역이 운행 금지지역이라고 밝혔다.



로이드스 리스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많은 선박들이 홍해 대신 아프리카를 돌아가는 경로를 택하면서 수에즈운하를 통한 교통량은 2023년 11월 이전 월 평균 2000여건에서 지난 8월 800건으로 급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구하고 일부 회사는 계약의 시급성으로 홍해를 건너고 있으며, 홍해를 건너는 보험 비용은 급등하고 있다. 일부 보험사의 경우 보험 자체를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단, 로이터는 후티 반군은 중국과 러시아가 소유한 대부분 선박은 이스라엘과 관계가 없다고 보고 공격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지난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선언하며 홍해를 건너는 선박에 대해 100건 가까운 공격을 감행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미국, 영국 기업과 관계가 있는 상선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무장드론을 보내며 폭발물을 실은 보트를 보내 선박 2척을 침몰시키고 1척을 나포했으며 최소 4명의 선원을 죽였다.

홍해와 걸프 지역에서 상선을 보호하기 위한 유럽연합(EU)의 해군 작전을 수행하는 아스피데스는 9월 초 해운회사들과 비공개 회의를 통해 후티 반군의 전술 변화에 대한 대응방안을 공유했다. 아스피데스는 홍해지역에서 후티 반군의 미사일 시스템을 무력화하기 위해 자동식별시스템(AIS)을 키지 말것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