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훈길 기자
2016.08.07 12:00:00
'전기료 반환청구' 소송, 6일 710명 신청-총 2200명 돌파
'실질 누진율' 41.6배, 주택용-산업용 요금형평성 어긋나
20대 국회 여야 "누진제 개편해야"..산업부 "개편 無"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연일 찜통더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기요금 폭탄’에 뿔난 소비자들이 잇따라 피해소송에 나섰다. 누진제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지만 정부는 현행 전기료 체계에 손 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7일 법무법인 인강에 따르면, 한국전력(015760)을 상대로 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청구’ 단체소송에 지난 6일 하루에만 710명이 신청했다. 소송을 시작한 2014년 이후 하루만에 이 같은 규모로 신청이 몰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결과 소송 신청인은 2200명을 돌파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3건), 서울남부지법(1건), 광주·대전·부산지법(각 1건) 등 총 7건의 피해 소송(750명)이 진행 중이다. 소송청구액은 1인당 6110원에서 418만5548원까지다. 피해 분석에 따르면 월 3000원대(주택용 저압 55kWh)을 사용하던 시민이 에어컨 등으로 전기를 평소보다 10배 더 쓰면 실제로는 누진율 41.6배 적용 받아 14만원대(550kwh) 요금을 내게 된다. 한전 추산 11.7배 누진율보다 높다.
원고 측은 누진제를 명시한 한전의 ‘전기공급 약관’이 위법하다는 입장이다. 이 약관에 따라 고객에게 부당하고 불리한 ‘누진제 폭탄’을 부과하고 있어 공정거래위원회의 약관규제법(6조)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주택용 판매단가가 산업용보다 비싸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곽 변호사는 “부당하게 징수한 전기요금 돌려받기, 부당한 요금체계의 사용 금지, 산업용보다 비싼 단가로 주택용 요금을 책정하지 못하게 하는 게 원고 요구의 핵심”이라며 “누진제를 개편해 전기요금 인하 결과까지 얻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한전의 전기 판매수입은 26조8904억원, 영업이익은 6조3098억원에 달했다.
20대 국회에서도 여야 모두 누진제 개편에 힘을 싣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은 “전기요금 폭탄이 발생하지 않도록 산업용이나 일반용처럼 주택용도 누진제를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누진제 개편이 필요하다”며 방안을 모색 중이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누진제를 현행 6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하는 당론을 이미 발표했다.
그러나 ‘전기공급 약관’ 인가 권한을 가진 산업통상자원부는 누진제 개편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에너지신산업 분야에 대한 한전의 투자,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을 막기 위한 에너지절약 필요성, 개편 시 일부 계층의 전기료 부담 증가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주형환 장관은 “에너지 신산업,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전략에 전기요금이 시그널 효과가 있다”며 “그런 부분을 감안해 (현 수준대로) 적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