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전이냐 판 떠나느냐`..면세점 떨어진 자들의 고민

by민재용 기자
2015.07.21 06:10:00

신세계, 부산 `수성` 집중하며 서울 `공략` 병행 할 듯
현대百·이랜드, 기존 면세사업부 없어 판 떠날 가능성 커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15년 만의 서울 시내 신규 면세 사업자 선정이 일단락 됐지만, 입찰전에서 떨어진 기업들의 고민은 현재 진행형이다.

오는 9월 기존 면세사업자의 사업 기한이 만료됨에 따라 서울 입성을 다시 한 번 노릴 수 있는 패자부활전이 열리지만 신규 사업자 선정 때보다 경쟁이 더 치열할 것으로 예상돼 탈락기업들은 입찰전 참여를 두고 아직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
탈락 기업 중 고민이 가장 깊은 곳은 신세계그룹이다. 신세계는 이미 부산 등에서 면세 사업을 진행하는 등 그룹내 면세 사업 조직을 가지고 있어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전에 재 도전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하지만 가을에 열리는 입찰전은 국내 면세업계 1위 롯데와의 한판 승부를 피할 수 없어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 더구나 신세계의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 사업기한도 오는 12월 15일로 만료돼 부산 면세사업권을 지켜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업계는 신세계가 일단 부산 면세사업권을 지키는 수성 전략에 치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에 있는 면세 사업권마저 잃으면 그룹 면세 사업부 존립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사업장을 부산 최대 규모 백화점인 신세계센텀시티로 옮기기를 원하고 있다”며 “해결과제 순서로 본다면 부산 센텀시티점으로 면세점을 옮기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세계는 면세사업의 핵심인 서울 입성 기회도 포기하기 쉽지 않다. 서울에 입성하지 않는 한 면세 사업 규모를 늘리기 어려운데다, 그룹이 본점 명품관을 통째로 면세점으로 내놓는 등 이미 승부수를 띄워 입찰 포기 카드를 꺼내기가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번 입찰전의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검토하는 중이라 아직 9월 입찰전 참가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라며 “면세 사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신중히 숙고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도 신세계와 처지가 비슷하다. 올 연말 사업권이 완료되는 서울 소재 워커힐면세점을 지키는 동시에 몸집을 키워 면세 사업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두 가지 숙제를 모두 떠안게 됐다.

이번 입찰전의 탈락기업인 현대백화점과 이랜드 등도 가을에 열리는 입찰전 추가 참가 여부를 놓고 고민하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신세계와 달리 기존 면세사업부가 없어 입찰전에 불참하는 데 큰 부담은 없다.

면세 업계 관계자는 “기존 면세 사업부가 없는 두 기업은 면세 사업에서 손을 떼도 내부적으로 큰 부담은 없다”며 “두 기업 모두 9월 입찰전에 참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면세 산업이 꾸준히 성장하는 데다, 정부도 신규 면세점을 추가로 만드는 데 우호적이라 두 기업 모두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랜드의 경우에는 오너인 박성경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고, 현대백화점도 백화점 외에 유통채널이 없어 정지선 회장의 주도로 면세사업 진출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현대백화점과 이랜드는 모두 “아직 9월 입찰 전 참가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