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마이뉴스 기자
2011.04.03 13:32:35
과거급제의 산실 지금당
[오마이뉴스 제공] 장수군 산서면 면소재지에서 721번 지방도를 이용해 남원시 보절면 방향으로 가다가 보면, 이룡삼거리를 지나 하월리가 나타난다. 하월리에는 우측으로 사계봉을 두고, 좌측 조금 안쪽으로 폐교가 된 구 계월초등학교가 보인다. 이 계월초등학교는 1955년 4월 1일 개교를 하여, 1995년 2월 28일 폐교가 되었다. 그동안 계월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 수는 1608명이라고 한다.
이 계월초등학교 터에는 '지금당(知今堂)'이라고 부르는 서당 터에 다섯 칸의 작은 건물이 들어서 있다. 옆에는 수령 460년의 보호수로 지정 된 은행나무가 서 있어, 이곳의 역사를 가늠할 수가 있다. 아마도 지금당이 문을 열 때 심은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시기적으로 연륜이 같기 때문이다. 지금당은 장수군의 향토유적으로 지정이 되어있다.
지금당은 조선 선조 35년인 1602년에 정유헌 선생을 비롯하여, 활계 이대유, 만헌 정염 등이 서당을 설립하여 유생들을 지도한 곳이다. 이 서당에는 인근의 학동들은 물론, 전국 각처에서 많은 학동들이 모여들어 학문을 연마하였단다. 이 서당에서 학습을 연마한 학동들은 대과에 15명, 소과에는 40여명이나 과거에 급제를 시켰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 서 있는 지금당은 1955년 계월초등학교가 개교를 하면서, 지금당이 처음에는 교실로 사용이 되었다. 그 뒤 도서관과 문화관으로 활용을 하였으며, 계월초등학교가 폐교가 된 후에, 장수군의 향토자료로 지정이 되었다. 지금도 과거급제를 한 유생들의 후예들인 창원 정씨, 삭녕 최씨, 제주 양씨, 김해 김씨, 경주 이씨들이 '지금당계'를 이어오면서 많은 장학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4월 2일 토요일. 주말이라 점심시간이 지난 후에 장수군으로 출발을 하였다. 지난 번 금강의 발원지인 '뜬봉샘'을 답사하고 난 후, 몇 군데 보아둔 곳이 있어서이다. 수많은 지자체의 문화재를 답사를 하고 다녔지만, 장수군처럼 문화재 안내판을 잘 설치를 한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나와 같이 문화재 답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고마울 정도로 안내판이 잘 되어있다.
산서면에 있는 창원정씨 종가를 둘러본 후, 종가를 안내해주신 마을 어르신이 지금당을 둘러보라고 권하신다. 인근에 있으니 망설일 필요가 없다. 지금당은 계월초등학교 건물 뒤편에 자리하고 있다. 지붕은 요즈음 유행하는 기와와 같은 플라스틱 구조물로 올려놓아, 조금은 옛 모습을 잃기는 했지만 그 속내야 어디로 갈까?
정면 다섯 칸에 측면 한 칸 반 정도로 지어진 지금당이다. 주변은 쇠줄로 보호책을 설치하였다. 입구는 반 칸을 툇마루로 놓고, 그 뒤편에는 선생의 휴식공간인 듯하다. 유리가 몇 장 깨어져 조금은 보기에 좋지 않은 모습이다.
네 칸으로 된 교실은 마루를 놓았다. 좌우로 창을 내어 밖이 훤히 내다보인다. 아마도 이 창을 통해 주변의 경치를 보면서 꿈을 키웠을 것이다. 벽에는 세 점의 편액이 걸려있다. 벽에 걸린 편액 중 '남전유약(藍田遺約)'이라는 말은 아마도 '후세에게 학업성취의 뜻을 지켜 전하라'는 것인 듯하다.
400년이 넘는 세월을 이곳에서 학업에 열중한 많은 사람들. 그 중에는 얼마나 많은 큰 인물들이 있었던 것일까? 장수군의 곳곳을 다니면서 만나게 되는 많은 문화재들이, 그런 숱한 역사를 알려주고 있다. 초라한 모습으로 서 있는 지금당. 그러나 이곳은 수많은 인재들을 길러 낸 명당이다. 이러한 깊은 뜻이 있는 곳에서, 길을 재촉해야 한다는 것도 잊은 채 옛 서생들의 글 읽는 소리를 기억하려 애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