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10.02.26 12:02:00
[조선일보 제공]
올봄, 세계 명문 오케스트라들의 치열한 격전이 한국에서 벌어진다. 4월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를 선두로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BBC 심포니, 독일 슈투트가르트 방송 교향악단과 프랑크푸르트 방송 교향악단 등 5개 악단이 한 달 간격으로 내한하는 것이다. 오케스트라 협연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복귀, 성남아트센터와 고양아람누리 등 경기도 대표 공연장의 같은 날(5월 6일) 맞대결 등 화젯거리도 풍성하다. 음악 팬들은 골라 듣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티켓 판매가 분산될 수밖에 없어 주최 측은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각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했다.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봄의 제전》으로 꾸민 5월 1일 프로그램이 돋보인다. 오케스트라 색채의 ‘마법사’로 불리는 뒤투아의 화려한 솜씨를 감상할 기회다.
하지만 4월 30일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는 아라벨라 슈타인바허가 상대적으로 낯선데다, 악단과 지휘자 모두 최근 자주 내한해서 신선함은 조금 떨어진다.
▶4월 30일, 5월 1일 세종문화회관(02-399-1114)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5월 4일)와 피아니스트 김선욱(3·6일)으로 꾸민 협연진이 동급 최강이다. 정경화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김선욱은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각각 협연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아슈케나지는 지휘자보다는 피아니스트로 인지도와 호감이 높은 편이다. 티켓 최고가격이 25만원으로 가장 비싼 점이 아쉽다.
▶5월 3~4일 서울 예술의전당, 6일 경기도 고양아람누리(02-599-5743)
바로크 당시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연주하는 ‘당대(當代) 연주’의 거장 노링턴이 처음 내한한다. 그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교향곡 같은 고전뿐 아니라, 말러와 브루크너 같은 후기 낭만주의까지 독특한 접근법으로 해석해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화제작이 아니라,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7번을 선택해서 약간 의아함을 안긴다. 티켓 최고가가 13만원으로 가장 저렴한 점이 반갑다.
▶5월 6일 경기도 성남아트센터(031-783-8000)
2006년 음악감독 취임 이후 동유럽 레퍼토리를 발굴하면서 찬사를 받는 체코 출신 지휘자 벨로흘라베크가 악단을 이끌고 내한한다. BBC 심포니는 현대음악에 대한 진취적 조명과 함께 강고하고 탄탄한 사운드로 이름 높다. 하지만 역시 이번 무대에서는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협연 김지연)과 브람스 교향곡 4번으로 프로그램이 다소 밋밋한 편이다.
▶5월 16일 서울 예술의전당(1577-5266)
올해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음반을 발매하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같은 곡을 무대에서 선보이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지휘자 네메 예르비의 아들로 ‘부자(父子) 명지휘자’인 파보 예르비가 처음 내한한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다만 그가 최근 의욕적으로 녹음하는 베토벤이나 브루크너의 교향곡이 아니라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를 고른 점이 아쉽다.
▶5월 29일 예술의전당(02-599-5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