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8.12.10 10:07:52
증권가에 ''인간지수'' 유행
장모님이 가계부 쓰시면 ▶불황의 신호
건설업 종사 삼촌 사업 그만 두시면 ▶건설株 투자 축소
엄마가 재래시장 가시면 ▶유통株 비중 줄여야
[조선일보 제공]
요즘 여의도 증권가에선 생활 주변에서 관찰할 수 있는 사람의 행태를 분석해 주가·경기를 전망하는 이른바 가 유행하고 있다. 기존 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불안한 장세가 이어지자 인간 행태로 주가 흐름을 전망하려는 것이다.
'카드회사' 논리는 불황의 여파로 신용카드 연체자가 늘어나는 단계까지 가야 시장은 경기를 바닥으로 인정할 것이란 얘기다. 최근 은행들이 돈을 풀지 않자 해약하거나 대출받기 위해 보험회사 창구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것도 경기 하강의 한 지표로 본다.
가계부를 쓰지 않던 장모가 긴축재정을 위해 다시 가계부를 꺼내 든다면 경기가 본격 불황에 진입한 신호란 휴먼 인덱스도 있다. '장모님 가계부'가 소비 위축 지표란 얘기다.
"우량 종목 주식을 장기 보유하던 친구가 손절매(損切賣·손실을 끊기 위해 파는 것)를 하면 주가가 바닥이란 신호"란 말도 있다. 장기 우량주의 투자자마저 주식을 내다팔면 시장에서 더 이상의 매도세력이 나오기 힘들다는 의미로 해석한 것이다.
업종별 휴먼 인덱스들도 등장했다. "하도급으로 건설업을 하던 친척이 사업을 접었다는 얘기가 들리면 건설 업종 투자를 축소할 것" "어머니가 백화점 대신 재래시장을 찾으면 유통 관련주를 팔아야 하는 신호탄" "불경기라지만 누구도 휴대폰을 처분하지 않는다면 통신 관련주는 당분간 안전" 등이다.
환율과 관련한 휴먼 인덱스로는 일본인 관광객 동향이 눈길을 끈다. 삼성증권 소진호 연구원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국내로 쇼핑하러 몰려오는 것은 환율이 고점에 가까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선엽 연구원은 "펀드의 납입이 줄고, 환매가 늘어난다면 바닥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증권가에선 "증권사 객장에 아기 업은 아줌마가 나오면 상투" "증권사 직원이 최고 사윗감이란 얘기 나오면 상투" 등의 얘기가 정설처럼 유행했었다. 우리투자증권 박종현 리서치센터장은 "시장 불안감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라며 "과학적 입증은 쉽지 않지만 현장감 있는 분석이란 점에서 투자 판단에 있어 하나의 잣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