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은행실적)②은행계 카드사 `약진`

by김수미 기자
2008.02.18 10:04:45

전업계 카드사 영업위축 불구 성장세 지속
취급고·연체율 등 양적·질적 고른 성장

[이데일리 김수미기자] 지난 4분기 은행계 카드사들이 취급고와 연체율 등 양적·질적인 측면에서 모두 고른 성장세를 보이며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전업계 카드사들이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 강화로 사용한도를 줄이는 등 자·타율적인 요인으로 보수적인 영업 기조를 유지한 데 반해 은행계 카드사들은 자금력과 고객인지도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친 결과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미사용 한도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을 비롯한 감독기준 강화 등이 전업계 카드사들의 발목을 잡은 반면 전국적인 지점망과 높은 고객인지도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영업에 나선 은행계 카드사들이 약진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계 카드사들의 약진은 자산 비중과 기여도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1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우리·신한·하나·기업 등 은행계 신용카드사들의 지난 4분기 전체 자산에 대한 비중과 수익 기여도는 전분기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KB카드는 지난 4분기 총 10조4000억원의 관리 자산을 기록하며 9조4000억원을 기록했던 전분기에 비해 1조원 가까이 취급고를 늘렸다. 
 
이에 따라 전체 원화대출금 및 신용카드 자산 중에 카드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3분기 6.0%에서 6.3%로 늘었다.
 
우리금융지주의 우리카드와 기업은행 카드부문 역시 비은행 부문의 그룹 이익 기여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신용카드 부문의 기여도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LG카드와의 통합으로 규모 1위 은행계 카드사로 재편된 신한카드의 경우에도 4분기 지주 전체 자산 275조 가운데 6.2%인 17조2730억원을 차지했다. 

▲신한카드 전체 그룹사 대비 당기순익 기여도
특히 신한카드의 경우 그룹사별 당기 순익 기여도에서 22%를 기록하며 66%를 기록한 신한은행에 이어 두번째로 큰 기여도를 보였다.
 
하나은행 카드 부문도 4분기 전분기보다 14.6% 증가한 760억원의 카드이익을 기록하고, 전체 그룹사 일반 영업이익 중 신용카드 이익이 11.6%를 차지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갔다.
 
기업은행 카드 부문 역시 전체 은행 영업이익 중 카드 부문 비중이 13.1%를 기록하는 등 제 몫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울러 신용판매와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 카드사별 취급고 역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은행계 카드사들의 약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금융연구원은 지난 LG카드와 신한카드의 통합 시기에 향후 국내 신용카드 시장이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었다.
 
수수료 외에 별다른 수익 기반이 없는 전업계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감독 기준 강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반면 수수료 이외에도 수익기반이 다양한 은행계 카드사들이 오히려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대형은행계 카드사들의 경우 자금조달에 있어 규모의 경제가 있는 데다 전국적인 지점망과 은행 고객을 바탕으로 한 비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은행계 카드사들의 이같은 양적 성장에 또 다른 요인이 됐다.
 

 
은행계 카드사들의 경우 취급고와 자산 등 양적인 성장 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무난한 실적을 보였다.
 
KB카드의 경우 지난 4분기 1.11%의 연체율을 기록하며 2006년 3분기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이어갔고, 우리카드도 지난 3분기 전분기에 비해 소폭 증가했던 연체율이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기업카드와 하나카드 역시 꾸준한 내림세를 보였다.

단 신한카드는 3분기까지 전업계 카드사로 분류됐던 LG카드와의 실적을 합산한 데다 현재에도 독립법인으로 은행계 카드사와 전업계 카드사의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연체율을 보였다.
 
그러나 은행계 카드사의 이 같은 연체율 하락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용카드 연체율이란 개별 카드사의 연체자산을 카드자산으로 나눈 수치다.
 
따라서 연체자산이 줄어들면 연체율이 낮아지지만 연체자산과 상관없이 카드자산이 늘어나도 연체율은 낮아지게 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KB나 우리 등 은행계 카드사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우량 은행고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전업계에 비해 낮은 연체율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난 4분기 자산 증가 속도가 매우 빨랐던 점이 연체율에 영향을 미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카드의 경우 지난 4분기 `우리V카드` 출시에 힘입어 지난 2006년말 5.9%였던 국내 카드 시장점유율을 지난 4분기 말 기준 7.4%로 끌어올리고 유효회원 수도 평균 대비 10%포인트 이상 차이나는 60%대로 높이는 등 카드 자산 증가 속도가 매우 빨랐다. 
 
▲KB카드 관리자산 추이

KB카드 역시 지난 4분기 10조4000억원의 관리 자산을 기록하며 전분기에 비해 관리자산을 1조원 가까이 늘리는 등 자산 성장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지난 4분기 영업 확대 전략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구사한 전업계 카드사들와 달리 공격적인 자산 성장에 나선 것이 연체율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은행계 카드사들의 실적 호조는 은행의 사업다각화 기조와 맞물려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최근 국내 대형 시중은행들의 대표적인 경영 전략은 `비은행 부문` 수익 확대다.
 
그리고 비은행 부문의 중심엔 카드가 있다. 실제로 카드 사업은 은행의 자산규모 대비 약 10배 이상의 이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내년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국내 은행들이 전통적 수익원인 예대업무에서 증권사와의 경쟁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더욱 카드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해 은행계 카드사들이 대규모 수수료 인하를 단행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전략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여전히 시중은행들이 영업점 안팎에서 카드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카드 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방증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 영업의 경우 타부서 및 다른 자회사 상품들과 연계한 판매로 추가 수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은행의 주력 사업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카드 사업 뿐 아니라 은행 전체 수익에 대한 기여도가 높기 때문에 당분간 이 같은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