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상욱 기자
2006.04.17 10:03:53
"법·규제 준수..당국 조사에 협력"
`먹튀`논란 등 국내여론 부담 작용한 듯
기부효과는 미지수..반작용도 우려
[이데일리 김상욱기자]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차익중 1000억원을 사회발전기금으로 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7250억원을 과세 논란이 끝날 때까지 국내은행에 예치하는 한편 스타타워 매각관련 추징세금도 국세심판원의 판단이 내려지면 납부키로 했다.
이같은 론스타의 판단은 이른바 `먹튀` 논란과 함께 점차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외환은행 불법매각 감사와 수사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17일 재정경제부와 금융계에 따르면 론스타 미국본사 엘리스 쇼트 부회장은 지난 14일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팩스를 보내 외환은행 매각차익중 1000억원을 사회발전기금으로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또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 과세논란이 마무리될때 까지 7250억원을 국내은행에 예치하고 스타타워 매각관련 추징세금도 국세심판원의 판단이 내려지면 납부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론스타는 이르면 19일 이같은 입장을 서울에서 존 그레이켄 회장이나 쇼트 부회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할 계획이다.
쇼트 부회장은 이 서한에서 우선 검찰 수사 및 감사원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쇼트 부회장은 "한국의 법과 규제에 따르는 것은 물론 현재 진행중인 사법당국과 세무당국의 조사에도 전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대해 재경부는 "론스타측이 스스로 보내온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론스타가 이번에 밝힌 내용중 1000억원의 사회발전기금을 기부하겠다는 것을 제외하곤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투자주체들은 당연히 법적절차를 준수해야 하고 과세당국의 판단에 따른 세금은 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론스타가 굳이 이런 입장을 경제부처 수장에게 전달한 것은 최근 일고 있는 `먹튀` 논란에 대한 부담으로 해석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03년 외환은행 인수과정을 둘러싼 감사원 감사와 검찰의 수사강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의식했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조사과정에서 직접 매각작업에 개입했던 외환은행 실무자가 금품수수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론스타의 불법인수에 대한 의혹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장이 과세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도 부담일 수 밖에 없다.
론스타 입장에서는 자신들에 대한 반감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라도 해결책을 제시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아직 한국에서 투자활동이 끝나지 않은 만큼 결국 과거 뉴브리지캐피탈이 제일은행 매각후 사용했던 `사회기부`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해석이다.
다만 이같은 입장이 론스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거둬줄지는 `알 수 없다`는 반응이 우세한 상황이다. 오히려 더 부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 "1000억원 기부의사는 수사와 별개"라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1000억원이라는 돈을 내놓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4조5000억원의 매각차익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고 오히려 `1000억원을 기부했으니 할일을 다했다`라는 식이라면 더욱 반감만 사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는 "그냥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뉴브리지캐피탈이 그런식으로 여론을 피해갔으니 같은 방법을 이용하면 이번에도 될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지난 2003년 외환은행 매각이 원천무효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1000억원을 기부하는 차원에서 상황을 마무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반응이다.
일부에서는 론스타가 자신들의 입장을 일부 언론에 흘려 `여론몰이`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언론접촉이나 국내홍보에 소극적이던 론스타가 일부 여론을 활용해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화시키려 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물론 이같은 론스타의 입장을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하고 있다. 이같은 입장발표가 현재 진행중인 감사원이나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점을 론스타측도 알고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수익을 최우선시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1000억원의 기부를 결정했고, 세금이나 당국의 조사에 대해서도 굳이 피해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란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