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영행 기자
2006.02.22 12:22:12
[이데일리 조영행기자] 'vehicle, automobile, car'. 쓰임새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모두 자동차를 뜻하는 영어 단어다.
캐나다 퀘벡주에 위치한 캄파냐라는 회사는 자기네가 생산하는 T-Rex라는 제품에 대해 탈 것, 운송수단이라는 의미가 강한 vehicle이라는 표현을 주로 쓴다. 간혹 automobile이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자동차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모양인데 정작 car라는 단어는 거의 쓰지 않는다. 자동차라고 부르기에는 정체성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규정하자면 캄파냐의 T-Rex는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의 중간에 있는 차량, 혹은 복합차량이라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사실 바퀴 3개 짜리 오토바이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닌데다가, 심장과도 같은 엔진을 자동차가 아닌 오토바이에서 가져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T-Rex는 자동차를 흉내낸 오토바이지, 결코 자동차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50개 주에서 T-Rex의 도로주행을 허용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이 차량은 분류상 오토바이로 등록돼 운행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T-Rex를 굳이 자동차와 연결지어 소개하는 것은 이 `반-자동차 혹은 반-오토바이`를 만든 사람들 때문이다. 캄파냐를 설립한 다니엘 캄파냐와 T-Rex의 설계를 담당한 폴 도이치만은 모두 자동차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8년 간의 개발과정을 통해 생각해낸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이 미래 자동차의 진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주지는 아닐까 싶다.
T-Rex의 차체를 설계한 폴 도이치만은 로버 재규어 캘러웨이 등 유명 자동차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특히 캘러웨이에서 일할 때는 콜벳 에어로바디에서 C-7, C-12에 이르는 모든 자동차의 설계를 담당했다. 또 포르셰 스텍스터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이런 두 사람이 함께 질주 본능에 충실한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개발해 나서 1998년 첫 선을 보인 것이 바로 T-Rex다. 외관부터 튀는 T-Rex는 생활속에서의 편의성 보다는 오로지 `달리기`만을 목적으로 한 차량이다.
T-Rex는 강관 프레임의 차체구조를 가진 3륜 차량이다. 차량 뒷부분엔 가와사키 ZZR-1200에 장착되는 엔진과 트랜스미션이 실려 있고, 앞쪽은 레이싱 카 형태의 서스펜션을 장착하고 있다. 2인승 좌석의 형태도 레이싱카와 흡사한 구조다. 물론 핸들 조작 방식도 자동차와 동일하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96킬로미터에 도달하는 시간이 4.1초에 불과하다. 가속에서는 페라리의 챌린지 스트라데일이나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보다 빠르다는 것이 캄파냐측의 설명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224킬로미터로 슈퍼카에는 못미친다.
전체적인 크기는 길이 3500, 폭 1981, 높이 1067 밀리미터로 작고, 차체가 낮다. 문이 따로 달려 있지 않아 레이싱 카처럼 운전석으로 넘어 들어가야 한다. 공간이 좁아서 승차시에는 운전대를 들어 올리고 타야 한다. 주행성능은 슈퍼카급이지만 승차감이나 주행시 안정성은 생각보다는 거칠지 않다는 평가다.
자동차와 가장 다른 차이 중의 하나는 바람을 막아줄 앞유리(윈드실드)가 없다는 점이다. 옵션으로 이를 구입해 장착할 수는 있지만, 법규상 오토바이로 등록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윈드실드를 기본 사양으로 장착해서 판매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별도의 적재공간이 없기 때문에 운전석 뒷편 양 옆에 트렁크형 수납함을 따로 달 수 있다.
가격은 4만8000달러로 결코 싸다고 할 수는 없는 편이다. 가격이나 편의성 면에서 보자면, 가족용 차로 굴릴 수 있는 차량은 결코 아니다. 다만 수억대를 호가하는 슈퍼카의 주행성능을 그나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으로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고속도로 질주용`으로 선택할 수 있는 차량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