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원재연 기자
2026.01.21 08:17:41
[BDC 시행 카운트다운] ②
분기 평가·공시 의무…비상장 자산 관리 부담
보수는 공모 수준, 수익 구조는 벤처…“계산 안 맞아”
VC 협업·단계적 확장도 검토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제도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일반 투자자들도 비상장 유망기업에 투자할 길이 열릴 것이란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올랐지만, 정작 상품을 출시해야 하는 자산운용사와 벤처캐피탈(VC)은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품 운용에 따른 평가·공시와 수익 구조를 둘러싼 부담에 초기 시장 선점에 나서기보다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공모·상장 구조로 비상장 자산을 편입해야 하는 만큼, 기존 벤처투자와는 전혀 다른 운용·관리 체계가 요구된다는 점이 초기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BDC는 공모로 자금을 모집해 비상장 벤처·혁신기업과 코스닥 상장 혁신기업 등에 투자하고, 상장 이후 장내 거래를 통해 유통되는 폐쇄형 펀드다. 장기 투자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개인과 기관 투자자의 참여를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는 크지만, 비상장 자산을 공모·상장 틀 안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운용 부담 역시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 가장 부담으로 꼽는 지점은 평가와 공시다. 국내 벤처투자는 그동안 블라인드 펀드 중심으로 운용돼 왔고, 비상장 자산 가치는 취득원가로 장기간 유지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반면 BDC는 분기별 공정가치 평가를 의무화하고, 유상증자나 제3자 거래 등 가격 신호가 발생할 경우 이를 반영할지 여부와 근거를 공시로 설명해야 한다.
문제는 BDC가 편입하려는 비상장 자산의 특성이다. 국내 벤처투자는 하나의 기업에 다수의 VC가 공동으로 투자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며, 각 운용사는 동일 자산이라도 내부 기준에 따라 평가 시점과 방식에 차이를 두고 관리해 왔다.
사모 펀드 구조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외부로 드러낼 필요가 없었지만, 공모·상장 비히클인 BDC에서는 해당 자산의 가치가 정기 공시를 통해 그대로 공개된다. 이 때문에 기존에는 관리 가능했던 평가 차이가 투자자 관점에서는 혼선으로 이어질 수 있고, 평가 기준의 일관성과 내부 통제 체계가 수익률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VC 관계자는 “비상장 투자는 항상 적정 가치 판단이 쉽지 않은데, BDC는 이를 분기마다 공식적으로 평가해 공시해야 하는 구조”라며 “평가 자체보다도 그 근거를 투자자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역시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공모펀드 운용과 상장 상품 관리에는 익숙하지만, 비상장 자산을 공모·상장 틀 안에서 평가·공시해야 한다는 점은 기존과 다른 영역이다. BDC는 분기별 공정가치 평가와 반기 외부 평가를 의무화하고 있어 연간 기준 최소 여섯 차례 이상의 정기 평가가 이뤄진다. 시장가격이 없는 자산의 가치를 반복적으로 산정하고, 그 논리를 공시와 투자자 설명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운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수익 구조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다. VC가 운용하는 일반 벤처조합의 관리보수는 연 1.0~2.0%(100~200bp) 수준이며, 펀드 규모가 커질수록 100bp 안팎으로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BDC는 개인을 대상으로 한 공모·상장 상품이라는 특성상 보수 상단이 자연스럽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유사한 공모형 장기 상품인 종합투자계좌(IMA)의 보수 체계를 참고대상으로 거론한다. IMA의 경우 판매 보수가 약 0.5%, 운용 보수가 0.8~0.9% 수준으로 총보수는 0.6~0.7% 안팎에 형성돼 있다. BDC 역시 이 범위를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비용 구조 역시 걸림돌 중 하나다. BDC는 분기별 공정가치 평가와 정기 공시, 준법·내부통제 체계를 상시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공모·상장 비히클이다. 보수는 공모상품 수준으로 제한되는데, 평가·공시·준법 관련 고정비는 오히려 늘어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대수익률도 고민거리다. IMA는 원금 보전 구조를 전제로 연 4~8% 수준의 중수익을 목표로 하지만, BDC는 비상장·혁신기업 투자를 포함하는 만큼 성과 변동성이 더 크다. 그렇다고 벤처 블라인드 펀드처럼 두 자릿수 초반의 IRR을 안정적으로 제시하기도 쉽지 않다.
보수는 공모상품 수준으로 묶여 있는데, 수익률은 벤처펀드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데다 운용 부담까지 커지는 구조라는 점에서 VC와 자산운용사 모두 “계산이 맞지 않는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보수는 공모 기준을 크게 벗어나기 어렵고, 수익률은 벤처펀드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운용사 입장에서는 비용 대비 효율을 먼저 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부담들로 업계에서는 ‘1호 BDC’에 대한 경계심도 적지 않다. 공모·상장 구조에서 첫 상품이 성과나 공시 측면에서 흔들릴 경우, 개별 상품을 넘어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부 운용사들은 BDC를 단발성 상품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확장 가능한 ‘플랫폼’으로 접근하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에는 변동성이 낮은 세컨더리 자산이나 검증된 포트폴리오로 1호를 운용해 트랙레코드를 쌓고, 이후 2호·3호부터 섹터형·테마형 BDC로 확장하는 구상이다.
운용 구조 측면에서는 자산운용사와 VC 간 역할 분담 모델도 논의되고 있다. 공모·상장 상품의 설정과 공시·준법 관리 등 제도 운용은 자산운용사가 맡고, 비상장 기업 발굴과 산업 분석, 딜 소싱 등 투자 실무에는 VC가 자문이나 위탁 형태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 역시 이러한 구조는 현행 법령상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초기에는 공모펀드 운용 경험과 공시·준법 체계를 갖춘 대형 운용사가 먼저 진입하고, VC는 딜 소싱과 산업 분석 등에서 협업하는 구조가 현실적”이라며 “BDC는 당장 수익만 놓고 보면 부담이 큰 상품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모험자본을 공모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새로운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