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삶 끔찍하게 끝나"…흑인 여성 죽여 돼지 먹이로 준 백인 농장주

by채나연 기자
2024.10.04 06:56:22

백인 농장주, 음식 찾으러 숨어든 여성 2명 살해
증거 인멸하려 시신 돼지우리에 유기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버려진 음식물을 구하기 위해 백인 농부의 농장에 몰래 들어간 흑인 여성 2명이 농장주와 관리인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농장 관계자들이 여성들을 살해한 뒤 돼지우리에 버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흑인 여성을 살해해 돼지 우리에 버린 백인 농장주에 대한 보석을 허용하지 말라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AP=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8월 17일 요하네스버그 북동쪽 림포포주 폴로콰네 인근의 한 농장에서 마리아 마카토(44)와 로카디아 느들로부(35)가 총에 맞아 숨졌다.

두 사람은 버려진 음식을 찾으러 농장에 침입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공에서는 시골 주민들이 버려진 음식을 구하려고 백인이 운영하는 농장에 침입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농장주인 자카리아 요하네스 올리비에르와 관리인은 자신의 농장에 침입한 이들에게 총을 쏴 죽인 뒤 사체를 돼지우리에 버렸다. 사체 일부는 돼지에게 먹힌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마카토씨와 함께 농장에 침입한 남편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알려졌다. 마카토씨의 남편은 총에 맞았지만 살아남아 탈출했다.

이번 사건에 남아공 주민들은 법원 밖에서 시위를 벌였고 정치인들은 분노 가득한 성명을 발표했다.



마카토 씨의 아들은 “어머니가 단지 자녀들에게 먹일 무언가를 찾고 있었을 뿐이라며 그런 삶이 어떻게 이렇게도 끔찍하게 끝났는지 생각조차 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NYT는 이번 사건이 남아공의 고질적 문제인 인종과 성별에 기반한 폭력, 유혈사태로도 종종 이어지는 백인 상업 농장주와 흑인 이웃들 사이의 갈등을 둘러싼 논쟁을 촉발했다고 진단했다.

농촌 지역의 많은 흑인은 여전히 굶주려 농장의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1994년까지 이어진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기간 대다수의 흑인은 토지 소유권을 강제로 빼앗겼고 남아공에서는 아직도 대부분의 주요 상업 농장이 백인 소유다.

이에 백인 농부들은 농장이 흑인들로부터 지속적인 침입을 받아왔으며 이에 따라 위협을 느껴왔다는 입장이다.

농민 보호 운동을 주창하고 있는 흑인 운동가 페트루스 시토는 “남아공에서 농민의 삶은 100% 위험에 처해있다”며 정부가 특히 백인 농부 보호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들이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돼지 먹이로 준 것으로 보고 살인 혐의 등으로 올리비에와 관리인 등 3명을 구속해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