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R&D 투자’ 나선 혼다..글로벌 선두 노린다[르포]
by이다원 기자
2023.11.05 15:47:57
첨단 R&D 기술 시험장 ‘재팬 프루빙 그라운드’
혼다, 연간 1조원 가까이 들여 혁신기술 개발
최대 130㎞/h 자율주행·1.n초만에 긴급 제동
차세대 안전 기술 통해 “2050년 사망자수 0”
[우츠노미야시(일본)=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기술의 혼다’가 ‘안전의 혼다’로 탈바꿈하고 있다. 차량뿐만 아니라 보행자, 이륜차(오토바이) 등 도로 위 모두를 고려한 안전 기술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다. 안전에 집중한 첨단 기술을 통해 혼다는 2050년 자사 차량·오토바이 관련 교통사고 사망자를 0명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제시했다.
| 지난달 28일 일본 도치기현 우츠노미야시에 위치한 ‘혼다 연구개발(R&D) 재팬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기자가 차세대 운전자 보조 시스템 ‘혼다 센싱 360’을 체험하고 있다. 스티어링 휠(핸들)에 손을 올리고 전방을 주시하되 운전은 차량이 스스로 하는 자율주행 레벨3 상태다. (사진=이데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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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일본 도치기현 우츠노미야시에 위치한 혼다 연구개발(R&D) 재팬 프루빙 그라운드를 방문했다. 이곳은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연구하는 R&D 센터인 동시에 이를 구현하는 트랙을 갖춘 거대한 시험장이다.
혼다는 ‘사람을 위한 모빌리티’를 만든다는 일념으로 모빌리티 선행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6년간 R&D에 5조엔(약 49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하기로 했고, 이 중 지능기술 적용 등을 위해 연간 1000억엔(약 9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들여 차세대 모빌리티 연구에 나선 것이다.
혼다는 특히 안전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글로벌 안전 슬로건을 ‘모두를 위한 안전’(Safety for Everyone)으로 내건 이유다.
혼다는 2030년까지 주요 시장에 출시할 차량에 ‘혼다 센싱 엘리트’(Elite)와 ‘혼다 센싱 360’으로 대표되는 지능형 운전자 보조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 2021년 공개한 혼다 센싱 엘리트에 주변 사각지대를 없앤 차세대 운전자 보조 시스템 ‘혼다 센싱 360’까지 더해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재팬 프루빙 그라운드에서는 안전에 집중한 혼다의 차세대 기술 ‘혼다 센싱(SENSING)’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다. 혼다 센싱 360을 장착한 세단 ‘레전드’에 올라타 트랙에 진입했다. 서서히 속도를 올리며 운전대에 있는 자율주행 버튼을 누르자 차량이 스스로 주변을 감지해 ‘오케이’(OK) 사인을 줬다.
본격적인 ‘자율주행’의 시작이었다. 속도를 최대 시속 130㎞까지 적용할 수 있지만, 일단 시속 100㎞에 맞춰 보자는 인스트럭터 지시에 따라 레버를 조작하자 차량이 스스로 속도를 조절해 원하는 속도에 안정적으로 도달했다.
| 지난달 28일 일본 도치기현 우츠노미야시에 위치한 ‘혼다 연구개발(R&D) 재팬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기자가 차세대 운전자 보조 시스템 ‘혼다 센싱 360’에 탑재한 자율주행 기술을 체험하고 있다. 가속 페달에서는 발을, 핸들에서는 손을 뗀 상태로 차량이 가속하는 상황. (사진=이데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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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운전대에서 손을 떼도 좋다는 ‘핸즈 오프’(Hands-off) 사인이 계기판에 깜빡였다. 혼다 센싱 360에 새롭게 추가된 기능으로 차량에 부착된 레이다·라이다 센서와 전방 카메라, 위성 시스템을 통한 차로 상황, 운전자 상태를 파악하는 드라이버 모니터링 카메라 등이 동작해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이 나아갈 수 있도록 했다.
가속 페달에서는 발을, 스티어링 휠에서는 손을 떼자 차가 홀로 움직이며 코너 구간을 매끄럽게 통과했다. 손과 발 모두 자유로운 상태였지만 차로 변경도 자유자재였다. 앞에 차량이 등장하자 차가 혼자 감속하며 적정 거리를 유지했다. 이때 ‘오토 레인 체인지’(자동 차로 변경) 버튼을 누르자 차량이 스스로 사방의 차량 상태를 파악해 안정적으로 차로를 바꿨다. 앞차를 앞지른 뒤 제 차로로 돌아오는 것까지 개입 없이 가능했다.
| 지난달 28일 일본 도치기현 우츠노미야시에 위치한 ‘혼다 연구개발(R&D) 재팬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기자가 차세대 운전자 보조 시스템 ‘혼다 센싱 360’을 체험하고 있다. 도로 혼잡 상황에서 자율주행 기능이 작동한 채 차량 내 디스플레이를 통해 동영상이 재생돼 이를 운전자가 감상하며 도착지까지 향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이데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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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이 많은 도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속 20㎞ 수준의 도로 혼잡 상황을 재연하기 위해 시승차량 사방으로 차량이 붙자 다시 운전대를 잡으라는 사인이 울렸다. 손을 올린 채 사방을 주시하자 교통 체증 상황이 연출됐다.
그러자 이를 보조하는 ‘트래픽 잼 파일럿’(Traffic Jam Pilot) 기능이 발동해 도로 혼잡 상황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했다. 다시 손과 발을 떼도 좋다는 사인이 뜨더니, 차량 센터페시아에 있는 디스플레이에서 영상이 재생됐다. 시선을 돌린 상태로 도로 혼잡 상태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한 것이다.
혼다는 차량뿐만 아니라 이륜차(모터사이클), 보행자 등 도로에서 만나는 모든 개체를 위한 기술을 마련하고 있다. 이륜차, 보행자까지 고려한 ‘충돌 완화 제동 시스템’(CMBS)을 개발해 혼다 센싱을 고도화하는 이유다.
| 지난달 28일 일본 도치기현 우츠노미야시에 위치한 ‘혼다 연구개발(R&D) 재팬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차세대 충돌 완화 제동 시스템(CMBS)을 탑재한 차량이 긴급 제동하고 있다. 앞 차로 인해 운전자 시야에 걸리지 않은 오토바이를 보고 급제동하는 모습. (사진=혼다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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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차세대 CMBS를 탑재한 혼다 ‘N박스’ 차량에 올랐다. 시속 20㎞로 달리는 차량 앞으로 오토바이가 달려왔는데, 앞선 주행차량 때문에 이를 운전자가 감지하지 못한 채 유턴하려는 상황이 발생하자 차량이 1.3초 만에 급제동했다.
앞선 오토바이가 급제동하는 상황에서도 차세대 CMBS는 강력하게 작동했다. 운전자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재빨리 제동하면서다. 동시에 탑승자를 고려해 안전벨트 역시 강력한 힘으로 제어됐다.
차세대 CMBS는 급제동이 필요한 순간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더라도 브레이크를 우선시하는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기능을 적용했다. 혼다는 오토바이뿐만 아니라 시야에 걸리지 않는 보행자, 정차한 차·오토바이 등에도 이같은 기술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 쿠리타 지로 혼다 R&D센터 총괄 엔지니어가 CMBS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혼다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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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리타 지로 혼다 R&D센터 총괄 엔지니어는 “고속으로 달리는 상황에서도 CMBS가 충돌 1.n초 전 전면 센서를 통해 이를 감지하면 바로 제동을 걸고 충돌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다시 브레이크가 풀린다”고 말했다.
해당 기능은 양산 차에 적용돼 있지만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국내에 출시되는 혼다 차량은 아직 CMBS를 활용할 수 없다. 이날 체험한 강력한 차세대 CMBS는 아직 상용화 단계다.
혼다는 개발 속도를 높여 이날 선보인 안전 관련 선행기술을 빠르게 상용화할 계획이다. 먼저 혼다 센싱을 적용한 차량을 전 세계에 출시한 뒤 이를 점차 고도화해 안전한 교통 상황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를 통해 2050년까지 자사 차량·모터사이클 관련 ‘사망률 제로(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혼다 R&D 프루빙 그라운드 관계자는 “혼다는 사람에 집중한 안전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혁신 기술을 통해 차량, 보행자, 오토바이 등 모든 교통참여자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