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 표준요법제 도전 siRNA 신약 ‘피투시란’ 시장성 따져보니

by김진호 기자
2023.04.13 08:40:00

사노피, 혈우병 대상 siRNA 신약 후보 임상 3상 결과 발표
A형 B형에 모두 적용 가능, 연간 출혈률 90% 이상 낮춰
''록타비안·헴제닉스'' 등 다른 유전자 치료제 대비 가격 경쟁력도 有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A형 또는 B형 등 혈우병 종류에 관계없이 적용 가능한 유전자 치료제 ‘피투시란’에 대한 성공적 임상 3상 결과가 보고됐다. 이를 개발한 프랑스 사노피와 미국 앨나일람 파마슈티컬즈(앨나일람) 등은 해당 약물에 대해 혈우병 표준요법제 진입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피투시란이 1~2년 내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국에 진출한다면, 유전자 재조합 약물인 ‘헴리브라’부터 ‘록타비안’ 및 ‘헴제닉스’ 등과 같은 유전자 치료제까지 진입해 있는 혈우병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제공=HPE, 사노피)


혈우병은 출혈이 멈추지 않는 질환으로 크게 A형과 B형 혈우병으로 나뉜다. A형 혈우병은 전체 혈우병 환자의 약 70%를 차지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12가지 혈액응고 인자 중 8번(Ⅷ) 혈액응고 인자가 부족할 때 발병한다. B형 혈우병은 9번(Ⅸ) 혈액응고 인자가 부족할 때 나타난다. A형 혈우병 환자가 B형 혈우병보다 국가별로 5~8배가량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사노피가 미국과 캐나다, 유럽 연합(EU) 등 주요국 내 선제적인 상업화를 위해 진행해온 혈우병 신약 후보 ‘피투시란’ 상업화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피투시란은 지난 2016년 리보핵산간섭(RNAi) 치료제 개발 전문 기업 앨나일람으로부터 사노피가 기술이전 받은 물질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사노피는 ‘짧은간섭리보핵산’(siRNA) 기반 유전자 치료제 신약 후보 ‘피투시란’이 혈우병 환자의 연간 출혈율을 90% 이상 크게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2건의 임상 3상 결과를 국제학술지 ‘란셋’을 통해 발표했다.

사노피에 따르면 ATLAS-AB 및 ATLAS-INH 등의 임상 3상이 각각 완료됐다. ALTAS-AB에서는 혈액응고인자 제제에 불응하는 12세 이상 중증의 남성 A형 또는 B형 혈우병 환자를 대상으로 예방요법을 위한 피투시란 80㎎을 월 1회 피하주사는 방식이었다. 또 ATLAS-INH는 57명의 12세 이상 중증 혈우병환자를 대상으로 8번과 9번 혈액응고인자 억제제 대비 피투시란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내용이었다.

사노피는 2건의 임상 3상에서 피투시란을 투여한 117명의 연간 출혈율이 90%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ATLAS-AB에서 예방 목적으로 피투시란을 월1회 투여받은 환자 79명 중 51%(40명)에서 출혈발생 횟수가 0회였으며, ATLAS-INH에서 피투시란 투여군(38명) 중 66%(25명) 에서도 9개월간 출혈이 발생하지 않았다.

사노피 측은 이번 임상을 통해 월1회 투여 조건의 피투시란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 2개월에 1번씩 투여하는 조건으로 추가 임상 3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디트마르 베르거 사노피 글로벌연구개발부문 최고의학책임자(CMO)는 “모든 혈우병환자에게 피투시란을 표준 치료제로 적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며 “올 하반기에 추가적인 데이터를 더 내놓겠다”고 말했다.

사노피 측은 피투시란의 출시 예상 시점을 2024년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존 유전자 재조합 치료제부터 최근 등장한 단회 투여방식의 유전자 치료제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세계 혈우병 시장은 약 17조원, 이중 국내 시장은 약 23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A형 혈우병 환자 대상 스위스 로슈의 항응고제 ‘헴리브라’(성분명 에미시주맙)나 B형 혈우병 환자 대상 미국 화이자 ‘베니픽스’(성분명 노나코그알파) 등 유전자재조합 기반 약물들이 널리 쓰인다. 이들은 모두 1주~1달마다 1회씩 평생 투여받아야 한다.

호주 CSL베링과 유니큐어가 공동 개발한 B형 혈우병 유전자치료제 ‘헴제닉스’(성분명 에트라나코진 데자파보벡)와 미국 바이오마린의 A형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 ‘록타비안’(성분명 발록토코진 록사파보벡) 등 단회 투여 약물이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 사이 미국과 유럽에서 모두 승인됐다.


반면 호주 CSL베링과 유니큐어가 개발한 B형 혈우병 유전자치료제 헴제닉스(성분명 에트라나코진 데자파보벡)와 미국 바이오마린의 A형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 록타비안(성분명 발록토코진 록사파보벡) 등 단회 투여 약물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 사이 미국과 유럽에서 모두 승인된 상황이다.

투약 편의성과 가격경쟁력, 효능 등 여러 혈우병 치료제간 비교할 점은 많다. 피투시란이나 헴제닉스, 록타비안 등은 투약횟수나 치료효과에서 앞서지만 가격이 헴리브라와 같은 혈액응고 인자억제제 대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싸다.

실제로 현재 혈우병 시장을 주도하는 헴리브라의 국내 유통을 담당하는 JW중외제약(001060)의 따르면, 건강보험 적용없이 몸무게 15㎏ 가량의 소아 A형 혈우병 환자 연간 치료비는 약 9000만원이다. 이와 달리 헴제닉스는 미국에서 1회 투여당 350만 달러(한화 약 47억원) 약가를 책정받으며, 현존하는 의약품중 최고가 약물에 올라 있다. 지난해 유럽에서 먼저 출시된 록타비안 역시 150만 유로(한화 약 20억원)가 책정됐다.

RNAi 신약개발 업계 관계자는 “헴제닉스나 록타비안은 초고가였고, 파티시란은 이보다 낮을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과거 앨나일람이 승인받은 최초의 RNAi 치료제 ‘온파트로’(성분명 파티시란)는 연간 투여 비용이 5억원 정도다”며 “피투시란이 유전자치료제 대비 싼 가격과 모든 혈우병에 적용 가능한 점 등 표준요법제로 등록될 시 해당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